국가전략산업 발전 위한 제언 [왜냐면]

한겨레 2025. 5. 26. 19:3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주항공청 개청 1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을 방문, 윤영빈 청장으로부터 우주 사진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기영 |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5월27일은 우주항공청 개청일에 맞춰 제정된 첫 우주항공의 날이다. 우주항공은 강대국 파워의 표상과 같은 영역이다. 미국이 스페이스엑스 등 민간 영역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초격차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의 추격은 미국마저 긴장하게 만들 정도다. 전통적 강자인 러시아, 유럽, 일본은 물론 인도마저 달 탐사까지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국가총생산 15위 이내의 국가와 우주항공 산업규모 상위 15개국의 명단은 상당히 일치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우주항공 산업규모 상위권은 모두 주요 7개국(G7)의 차지다. 특이한 점은 이스라엘과 싱가포르가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순위에 올라가 있는 것인데, 이 둘은 늘 혁신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국가들이다. 세계 10위권 경제가 아니라 주요 7개국 급의 선진국 발전을 위해 우주항공 분야의 성장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은 명백하다.

우리는 2022년 누리호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에서 7번째로 실용적 수준의 우주발사체를 개발한 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성공은 김대중 정부 이후 모든 정권에서 일관된 의지로 지원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는 세계 시장에서 선발 국가들과 경쟁하기에는 아직은 어려운 수준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현명한 정책으로 우주항공 분야를 시급히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하는데 미래의 방향성에 대한 해법은 각 부처의 영역에 한정되어 파편적이었고, 어느 부처도 총체적 투자를 책임질 의향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후보는 우주항공청을 설립하여 경남에 두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컨트롤타워의 설립 필요성은 대부분 공감했지만 그 기능의 범위를 정하고 효율적 운용 방안을 도출하며 상충하는 지역적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산적했다.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지만 새로 출범한 정권의 대표적 사업으로 밀어붙인 결과, 난항 끝에 우주항공청은 설립되었다. 우주항공청은 지난 1년간 열심히 달려왔고 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공개된 두가지 핵심 사업에 대한 관련 보도는 우리 모두를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먼저, 2032년 달 착륙선을 싣고 가는 임무를 부여받은 ‘차세대 발사체 사업’의 계획 변경이 무산되며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다음으로, 한국형 위성항법장치(GPS)를 표방하고 시작한 ‘한국형 위치정보시스템’(KPS) 사업을 예정보다 20개월 연기한다고 우주항공청이 발표했다. 게다가 2030년대 초반에 달 탐사선을 착륙시키겠다는 사업 또한 탑재체 선정이 완료되지도 않고 발사체마저 제때 준비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계획 변경이 불가피해 보인다. 변화된 환경에 맞춘 정부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새로운 활력이 생길 것 같았던 산업계는 요즘 실망의 목소리를 넘어 한숨 소리가 높다.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영향을 우주항공 분야도 피해가지 못했다. 또한 신설된 우주항공청과 타 부처의 업무가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아 항공 분야는 예산 총액이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했다. 결국 글로벌 기업의 기술혁신 및 원가절감 압박과 함께, 줄어든 정부 지원으로 많은 항공 분야 중소, 중견 기업들의 경영 여건은 더욱 악화하고 말았다. 우주항공산업 및 연구개발 생태계 강화 정책이 절실하다.

며칠 전 한 대선 후보가 우주강국 도약 로드맵으로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탐사 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가 2012년 대선 때 2020년 달에서 태극기를 펄럭이게 하겠다고 한 공약이 떠올랐다. 타당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정치 공약으로 기술 목표가 정해져버리니 ‘왜’라는 질문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담대한(무모한?) 목표가 생기는 과정에서 목적에 대한 중요한 질문들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왜 우주항공에 투자해야 하는가? 왜 로켓을 개발하고 달에 탐사 차량을 착륙시키고,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야 하는가? 이렇게 하는 것이 우주항공 분야에서 세계적인 과학적 성과를 내고 우리 산업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인가? 이 방법이 우리나라도 우주항공을 국가의 대표적인 전략산업 중 하나로 성장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가? 아니면 남이 먼저 걸어갔던 길이기 때문인가? 안타깝게도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라고 할 자신이 없다.

부디 차기 정부는 진정으로 우주항공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굳은 의지와 함께 큰 방향을 전면적으로 검토한 후 진짜 대한민국의 우주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계획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