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겨리농경…두 마리 소와 농부의 호흡

김문영 2025. 5. 2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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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춘천] [앵커]

우리 지역의 정체성과 유무형 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해 보는 강원유산지도 순서, 오늘은 홍천의 '겨리 농경문화'를 영상에 담았습니다.

거친 산비탈을 소 두 마리와 농부가 합을 맞춰 옥토로 일궈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김문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높고 험준한 산세가 동쪽으로 펼쳐진 홍천군 화촌면.

비탈진 산 아래 척박한 돌밭을 소 두 마리가 나란히 쟁기를 메고 갈기 시작합니다.

["마라 설설 어러로."]

안쪽 소는 '안야', 바깥 소는 '마라' 입니다.

농부의 나지막한 부름을 소들은 찰떡같이 알아듣습니다.

소 한 마리, '호리'로는 힘에 부쳤을 거친 논밭.

하지만, 소 두 마리 '겨리'가 되면 너끈히 갈아낼 수 있습니다.

'선군'이라 불리는 소몰이 농부는 작업 내내 추임새를 넣으며 소를 북돋습니다.

["아랴료 어으어 어라로."]

구호와 같은 가락에 사람과 소가 합을 맞춰나갑니다.

["마라 제껴서."]

오른쪽 소가 옆 고랑으로 넘어서면 왼쪽 소가 돌아서고, 이내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김형준/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원 : "잘 맞추려면 뒤에서 잘 달래가면서 소리를 좀 맞춰줘야죠. 그럼 이게 발을 꼭 맞춰서 간다고요. 사람 굶어도 짐승은 굶기면 안 됐어요. 산에 가서 풀이라도 깎아서 잘게 썰어서 가마솥에 끓여 먹였다고."]

해는 짧고 논밭은 거칠었던 강원 영서 산간.

'겨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꼽히는 경작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화합.

농부와 소가 힘을 모으고, 튼튼한 쟁기까지 삼박자를 갖춰야 했습니다.

그래서 '겨리' 소모는 소리는 '호리' 소리 보다 노랫말과 곡조가 다양합니다.

이 전체를 아우르는 '홍천겨리농경문화'는 '특수성'과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아 2021년 강원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유명희/춘천학연구소장 직무대행 : "전국에서 굉장히 이 지역만 특수적이고 특별한 문화적 현상이었던 거죠. (겨리)소 박물관 전국에 없잖아요. 우리가 만들어서 소도 키우고 체험학습이라든가 단순히 소모는 것만이 아니라 농사 전반에 대한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게 되면 굉장히 좋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1960년대 홍천에 농기계가 처음 등장하면서 겨릿소는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보존회는 지역 고등학생에게 전승 교육을 하는 등 겨리문화를 이어 가는데 애를 쓰고 있습니다.

[조성근/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장 : "농사를 지어서 거기서 생산된 곡식을 가지고 가족들 생계 유지를 해야하니까 결국 이방법 아니면 인력으로 이 넓은 땅들을 어떻게 파가다 합니까. 질병이 돌거나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도 또 6·25전쟁을 치르면서 우리 겨리농경문화는 꾸준히 맥을 이어왔다."]

소 걸음으로 우직하게 천리를 간다는 우보천리.

멀고 거친 길이어도 둘이 라면 괜찮다는 조상의 지혜를 겨리 문화가 전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

김문영 기자 (my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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