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더하기] 팬이 만든 야구 콘텐츠, 또 하나의 ‘야구장’이 되다

김영은 2025. 5. 2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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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경기장을 찾거나 중계를 챙겨보는 것 외에도 유튜브에서 '야구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익숙할 것이다. 각 구단이 자체 운영하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선수들의 훈련 모습, 비하인드 영상, 팬 이벤트 등 다양한 콘텐츠가 꾸준히 올라온다. 이는 구단과 팬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야구의 재미를 더해주는 중요한 창구다. 그런데 요즘 야구 팬들 사이에서 이 공식 채널 못지않게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팬들이 직접 만든 야구 리뷰 콘텐츠'다.

대표적인 예로는 삼성 라이온즈 팬이 운영하는 '불방맹이', 롯데 자이언츠 팬의 '롯끼룩', 엘지트윈스 팬의 '엘린이의 일기' 등의 채널이 있다. 이 채널들은 구단이 직접 개입하지 않은, 철저히 팬의 시선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들이다. 특정 경기의 승패를 복기하고, 선수들의 활약상을 분석하거나 때론 비판하기도 하며, 팬들끼리의 밈(meme)과 유행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단순히 경기 결과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팬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과 유머, 위트가 가득하다. 이러한 팬 콘텐츠는 경기 다음 날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하며, 팬들 사이에서는 "공식 하이라이트보다 이걸 먼저 챙겨본다", "이 콘텐츠를 시청해야 야구 콘텐츠 시청이 마무리 된다"라는 말도 들린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런 콘텐츠들이 해당 팀의 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콘텐츠에는 타 구단 팬들도 댓글을 달며 소통하고, 심지어 다음 경기에서 만날 팀의 팬들이 미리 '정찰'을 하듯 영상을 챙겨보기도 한다. 이는 일종의 교차 문화가 형성되는 지점으로, 팬 콘텐츠가 하나의 커다란 야구 커뮤니티 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팬 채널의 인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는 야구를 보는 팬들의 눈높이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점이다.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전술, 선수 기용, 기록 등 다양한 요소를 분석하고자 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둘째는 팬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방송인이 될 수 있는 시대. 팬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창작자로서 스포츠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채널 운영자의 얼굴 및 목소리 공개에 대한 부담을 생성형 AI가 낮춰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프로야구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는다. 팬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되고, 각 팀의 팬덤도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진다. 또한 구단 입장에서도 팬들의 반응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창구가 되며, 콘텐츠의 외연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팬 콘텐츠가 구단의 입장에서 항상 편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때론 날카로운 비판이나 논쟁이 일기도 하고, 사실 관계가 왜곡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스포츠 문화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비판'은 관심의 또 다른 이름이고, 그만큼 팬들이 진심으로 팀을 아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야구장은 더 이상 경기장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유튜브라는 또 하나의 야구장이 열렸고, 그곳에서는 팬들이 직접 감독이 되고 해설자가 된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1인 콘텐츠의 유행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 프로야구가 팬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스포츠가 문화로 자리잡아 가는 생생한 현장이다.

김영은 중앙대 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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