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원 시달리다 숨진 제주 교사, ‘교권 보호’ 갈 길 멀다
지난 22일 제주의 한 중학교 3학년 부장교사 A씨가 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 교사들은 그가 학생 지도에 헌신적이고 열정적이었다고 한다. 교무실에서 발견된 그의 유서에는 ‘학생 가족과의 갈등으로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번의 비보에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다.
유족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부터 민원에 시달렸다. 학생 B군이 잦은 결석을 하며 학교에 나오지 않자 A씨는 여러 차례 설득하고 병가 처리를 위해 진단서를 요청했다. B군은 문서 제출을 미루다가 끝내 내지 않았고, 무단결석과 흡연까지 했다. B군의 가족은 A씨가 학생 지도 과정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으며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하루에 10번 넘게 민원 전화를 했다고 한다. B군 가족은 최근 학교장과 제주교육청에 “교사가 무서워서 학생이 결석하고 있다. 교사가 언어폭력을 저질렀다”고 민원도 넣었다. A씨는 이 때문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사건은 2023년 발생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순직 사건과 닮은꼴이다. 당시 교육부는 교권 보호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학부모 민원은 교사가 아닌 학교가 대응하는 체계로 개선했다. 교장·교감 등으로 구성된 ‘학교 민원대응팀’이 일차적으로 담당하고, 해결이 어려우면 ‘교육지원청 통합민원팀’으로 이관하도록 했다. 이른바 ‘교원안심번호서비스’를 도입해 교사의 개인 전화번호를 학부모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A씨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새내기 교사도 아니고 A씨 같은 부장급 교사가 학교에 민원 대응을 요청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현실성이 없다. 학교의 일률적 대응이 비교육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사명감이 강한 교사일수록 학생 지도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중고교는 물론이고 초등학교 고학년만 해도 교사가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다.
최근 교사노동조합연맹이 교사 825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58%가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했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교권 침해 및 과도한 민원’(77.5%)을 들었다. 교권이 바로 서고, 교사가 긍지와 보람으로 가르칠 때 교육이 살아난다. 당국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실효성 있는 교사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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