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2년 표류 끝 막 내린 英 텔레그래프 인수전…美 PE 품으로

김연지 2025. 5. 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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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레드버드, 영국 언론사 텔레그래프 2년만에 인수
'외국 자본 제한' 법 뚫고 단독 경영권 카드로 성사
편집권은 英 손에…UAE 산하 투자사는 소액주주로
현지 자본시장에선 "언론만큼은 지켰다" 평가도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다른 건 몰라도 언론만큼은 지켰다.’

170년 전통의 영국 보수 언론사 ‘텔레그래프’가 2년의 표류 끝에 미국계 사모펀드(PEF)운용사 품에 안기면서 현지 자본시장에서 나오는 평가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해외에 매각되면서 ‘산업 주권이 약해질 수 있다’는 현지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우려가 커졌던 것과는 대조적인 반응이다. 언론만큼은 예외로 둔 영국 정부가 ‘해외 자본 유입은 허용하되 편집권은 자국 안에서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법제화한 덕에 산업 주권을 어느 정도는 지켜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사진=게티이미지)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레드버드캐피털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국의 보수 언론사 ‘텔레그래프 미디어그룹’을 5억 파운드(약 9265억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번 거래는 영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거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인수가 완료되면 레드버드캐피털은 일간지인 데일리텔레그래프와 주간지인 선데이텔레그래프를 모두 품게 된다.

지난 1855년 창간된 텔레그래프는 영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언론사로, 영국 정계와 재계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회사는 지난 2004년 영국 바클레이 가문에 인수됐고, 이후 보수 성향의 상류층 독자층을 중심으로 구독 기반을 다져왔다.

그런 텔레그래프가 영국의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한 시점은 2023년 하반기다. 텔레그래프 미디어 그룹을 20년간 소유해온 바클레이 가문이 로이드 은행에 진 10억 파운드 상당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담보로 잡혀 있던 텔레그래프 미디어 그룹은 강제 매각 절차에 접어들었다. 사실상 은행에 의한 경매 형태의 M&A가 이뤄진 셈이다.

높은 브랜드 가치와 정치적 파급력을 지닌 언론사가 매물로 나오자 글로벌 자본시장에선 이를 인수하고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예컨대 레드버드캐피털은 지난 2023년 하반기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계열 투자사인 IMI와 컨소시엄을 맺고 바클레이 가문의 부채 전액을 대신 상환하겠다면서 인수에 나섰고, 이 외에도 영국 데일리메일 모회사 DMGT와 유럽계 사모펀드컨소시엄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들 중 승기를 잡았던 곳은 레드버드캐피털 컨소시엄이었으나, 영국 정부에서 해외 정부 산하 투자사(IMI)가 사실상 인수자금 대부분을 댄다는 점을 문제 삼으면서 최종 합의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때 레드버드캐피털이 꺼낸 카드는 ‘단독 경영권’이다. 기존에는 IMI와 함께 텔레그래프의 경영권을 공동 행사하는 방식으로 인수에 나섰으나, 영국 정부에서 해외 정부발 자금이 자국 언론사의 경영 및 편집 방향에 개입하는 것을 막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면서 인수 구조를 전면 재조정한 것이다.

실제 영국 정부는 인수전이 막 진행되던 2023년 말 해외 정부가 영국의 미디어 기업 인수에 자금을 대거나 통제하는 주체가 될 경우 지분을 과도하게 보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미디어 자유 및 지속 가능성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국가적 이익에 반하는 언론 통제를 방지함으로써 영국 언론의 편집 독립성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한편 이번 인수로 레드버드캐피털은 단독 경영권을 행사하게 되고,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하는 IMI는 텔레그래프 지분을 15% 미만으로 보유하게 된다. 레드버드캐피털은 텔레그래프의 브랜드 파워를 토대로 미국 내 유로 구독자 기반을 확장하고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해 관련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김연지 (ginsbur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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