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칼라 일자리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 [왜냐면]

한겨레 2025. 5.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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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경 | 경희대 공공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

블루칼라 노동현장의 일당이 10만원에서 20만원 사이로 책정된 요즘, 일당을 많이 줘도 노동자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토로가 연일 터진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내국인 장년층이 일자리 공백을 메워주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블루칼라 노동자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필자는 대학에서 사회복지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논문 속에 갇혀 사회복지 실천을 논하는 것에 일종의 반감을 느꼈다. 수료 후 인테리어 공사의 철거를 시작으로 페인트칠, 도배, 물류센터 등의 전형적인 블루칼라의 일에 3년간 종사했다.

이런 일을 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소비적 복지가 아닌 생산적 복지를 실제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두번째 블루칼라 일자리도 제대로 된 매뉴얼이 존재한다면 일당이 낮지 않으니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3년간 블루칼라 일자리를 경험한 결과 블루칼라 일자리에 왜 많은 청년들이 가려고 하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우선, 블루칼라 일자리는 일당이 높은 대신에 매일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매일 일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노동 강도 때문에 하루건너 하루 일하거나 이삼일 걸러 하루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직업 안정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는 것이다. 일당이 높은데도 청년들이 블루칼라 노동에 종사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을 듣는 것은 상당히 억울한 감이 있다. 건장한 청년들도 매일 노동하면 몸이 아프다.

두번째, 업무 현장의 열악한 환경으로 산재의 위험이 존재하며 이의 피해가 고스란히 비숙련 블루칼라 노동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예를 들어 철거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일당 노동자가 폐암에 걸리면 어느 작업장에서 폐암에 걸리게 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산재처리를 할 수 없다.

세번째, 전문직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선뜻 블루칼라로 일하려는 마음을 먹을 수가 없다.

블루칼라 일자리에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내국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첫째, 직업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둘째, 업무에 대한 매뉴얼이 존재해서 안전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숙련자와 비숙련자의 업무 차이는 나며 이러한 업무 차이는 현장의 전문성에 영향을 준다. 어느 노동현장이든 숙련자는 존재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블루칼라 일자리에 많은 청년들이 그리고 중장년들이 투입되려면 숙련자가 되기까지의 공정에 대한 매뉴얼과 자격증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계층에게 주어지는 공공부조의 혜택이 시혜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소비적 복지라고 이야기된다. 생산적 복지를 논하기 이전에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갖추는 것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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