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조금 더 다정해지면 좋겠습니다”
'다정함'
인생의 이정표 같은 단어입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자주 떠올리게 되죠. '다정'이라는 말은 그 어떤 꾸밈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감정입니다. 단순한 친절함과는 다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천천히 스며 나오는 감정이기에 더욱 귀하고, 또 어렵기도 합니다.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때로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베인 듯 상처받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이의 따뜻한 인사 한마디, 온기가 남은 손길 하나가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만듭니다.

혐오와 배제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속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다정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다정함이 우리를 회복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안타깝게도 다정함보다는 차가움과 날선 시선에 더 익숙해진 듯합니다. 이유 없는 비난과 조롱, 큰일 아닌 이해의 충돌에도 거침없이 쏟아지는 말들, 그리고 그런 풍경이 어느새 낯설지 않아진 현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누구나 대가 없는 다정함을 먹고 자라왔다는 사실입니다. 일상 속 작고 사소한 배려들이 우리를 사람답게, 살아 있게 만들었고요.
그래서 결국, 진짜 강한 사람은 계산이 빠른 사람도, 목소리가 큰 사람도 아닌, 조용히 다정한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마음이 넓은 사람은 보통 '여유'가 있습니다. 그 여유는 타인의 부족함까지도 끌어안고 이해하게 만드는 유연함으로 이어집니다. 겉으로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다정함이, 실은 혐오보다 훨씬 더 큰 힘으로 사람을 잇고 세상을 전진하게 만듭니다. 살면서 얼마나 높은 곳을 정복했느냐보다,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땅을 얼마나 넓혀왔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내 삶을 넓혀준 건 언제나 다정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돌아봐야 합니다. 그렇게 살아보려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내 세계도 조금씩 넓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하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화려한 성공이나 특별한 성취가 아니라, 아주 작은 찰나의 다정함일지도 모릅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글을 쓰는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잠시 머무는 다정한 문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그런 글을 쓰는 동안 나 역시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입니다. 그 기분 덕분에 오늘 하루를 다시 살아낼 힘도 얻습니다. 물론, 가끔은 무력감과 외로움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하고 있는 일, 감당해야 하는 책임, 다정함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이 버거운 무게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내가 혼자 이렇게 다정해진다고 세상이 달라질 수 있을까?' 하고 반문할 때도 있고요. 그런 생각이 길어지면 괜히 울컥해지고, 스스로에게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다정해진다는 건, 아주 큰 '용기'라는 것을요. 다정한 사람이 다정한 사회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가 다시 다정한 사람을 길러낸다는 분명한 사실이 다시금 힘을 내게 합니다.
다정함은 모두의 몫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그 조각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행위, 마음을 나누는 걱정 한마디와 깊이 있는 공감이 다정한 사회의 씨앗이 됩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언제나 거창한 일이 아니라, 바로 이런 작고 꾸밈없는 다정함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른 듯 보이지만 다정함은 삶을 더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보물이기에, 우리가 조금 더 다정해지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Copyright © 베이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안심하고 아이 맡길 수 있는 사회... 째깍악어가 방어선이 될게요” - 베이비뉴스
- "장애영유아를 위한 유보통합, 이제는 시작이 아니라 실천이어야 할 때" - 베이비뉴스
- "공룡 좋아하는 아이들 모여라"... 국립중앙과학관, '공룡덕후박람회' 개최 - 베이비뉴스
- 퇴직 이후라도 내란죄 확정시 군인·공무원 연금 수급 박탈 추진... 백선희 의원, ‘내란 차단 3법
- VITECH, 골드키위 유산균 발효물 ‘kiwibiotics®’ 식약처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원료 등록 - 베이
- 푸라닭 X 나폴리 맛피아 콜라보 신메뉴 ‘나폴리 투움바’ 품절 대란 - 베이비뉴스
- "부부는 아니지만…" 동거하는 30대 미혼남녀의 사정은? - 베이비뉴스
- “돈 많이 든다면서요?” 무자녀 가구, 양육비 실제보다 높게 인식... 출산 주저 요인 - 베이비뉴
- 정부, 지역소멸 위기 대응...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 10곳 선정 - 베이비뉴스
- 사이버폭력의 치명적 피해↑… 정작 플랫폼은 손 놓아 - 베이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