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트럼프가 스테이블코인 미는 이유

강현철 2025. 5. 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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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논설실장

요즘 세계적으로 뜨거운 암호화폐 중 하나가 바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다. 특히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패권을 공고히 하고, 중국 주도의 미 국채 매도·금 매수 확산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내비치면서 더욱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규정하고 규제할 것인지 법적 근거나 규정 자체가 없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은 실물자산과 1 대 1로 고정 연동(pegging)된 자산이다. 실물자산은 미 달러, 유로, 위안, 페소, 금 등이지만 사실상 달러 위주의 자산이다. 다시 말해 달러화로 1 대 1 교환이 가능한 가상자산인 것이다. 발행회사의 가치가 뒷받침된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가치를 보증할 수 있는 실물자산이 없다는 암호화폐의 최대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개인은 코인 거래소에서, 기관은 현금으로 직접 구매가 가능하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는 발행량 이상의 법정화폐를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달러, 유로, 엔화와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된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이다. USDT(테더), USDC, DAI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금, 은, 석유와 같은 실물자산으로 뒷받침되는 '상품 담보 스테이블코인'이다. 실물자산(RWA)코인이 대표적이다. 이 코인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보통 가격이 함께 상승해 안정적인 가치저장 수단과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을 제공한다. 셋째는 기존 화폐나 실물자산 대신 다른 암호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는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이다. 암호화폐의 가치는 변동성이 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보다 더 많은 암호화폐 담보물이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은 현재의 금융시스템과 가상자산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은행시스템과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 거래 장벽을 스테이블코인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달러로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하고, 이 스테이블코인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활용하는 식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업체로는 테더, 서클, USDT, USDC, 리플, 에테나 등이 있으며, 이더리움(Ethereum)이 스테이블코인 거래 네트워크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투자자들은 시세 변동에 따른 차익과 코인을 예치해 받는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지난 15일 기준 약 36조2200억 달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123%나 된다. 국채로 인한 이자 비용만 연간 8800억달러 수준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최근 미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1'으로 강등한 것도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이 재정적자 우려에 기름을 부으면서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 넘게 뛰었다.

이에 따라 미 국채의 신뢰도가 추락, 달러화 패권에도 균열이 생겼다. 이런가운데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탈중앙화 거래소의 보편화에 힘입어 신흥국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이 급증했다. 게다가 페이팔, 로빈후드, 스트라이프 등 핀테크 업체들도 스테이블코인과 플랫폼 연동을 시작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베센트 재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이런 상황을 감안,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 '스테이블 액트'(STABLE Act) 등 스테이블코인 활용 방안 및 규제법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인 CBDC를 무효화하고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권장한다. 테더보다는 서클-USDC, 리플-RLUSD 등 규제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면서 미국 발행 디지털 달러 중심으로 세계 금융질서 재편을 시도중이다. 비자, 마스타 등 신용카드업체들도 스테이블코인 업체들과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상상인증권의 김경태 연구원은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위협에 대비해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선택했다"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선제적 규제 및 전세계 서비스 확대로 시장을 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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