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만에 15조 돌파… 사상 최대 자사주 소각에도 여전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김지영 2025. 5. 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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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조원 규모로 가장 커
정권교체 가능성 선제대응 풀이
[연합뉴스]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가 약 5개월 만에 15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소각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성과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정권 교체 가능성에 대한 선제 대응 등이 맞물리면서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대내외 경제 상황에 휩쓸리고 주요 산업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구조적 개혁 없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자기주식 소각 금액은 15조4300억원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선 15조500억원이, 코스닥 시장에선 3800억원이 소각됐다.

2019년부터 자사주 소각 규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9년 기준 1조원에 불과했던 자기주식 소각 금액은 2021년 2조5000억원, 2022년 3조1000억원, 2023년 4조8000억원으로 매년 증가세였다. 그러다 지난해 13조9100억원으로 급증했는데, 올해는 예년 소각 금액을 약 5개월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올해 자기주식 소각 규모가 급증한 것은 코스피 시장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진 영향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소각된 자기주식 중 유가증권시장에서 13조3600억원, 코스닥 시장에선 5500억원이 소각됐다. 반 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코스피 시장에서 소각된 자사주는 지난해보다 1조3600억원 많았고, 코스닥 시장(3800억원)은 아직 예년 수준을 넘지 못했다.

올해 가장 큰 규모로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한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8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고 2월 20일에 3조원 규모의 보통주 5014만4628주와 우선주 691만2036주를 소각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매입한 3조원의 자사주 중에서도 임원 보상으로 활용될 5000억원을 제외한 2조5000억원어치를 소각할 예정이다. 이번 자사주 소각도 마치면 올해 상반기에만 5조5000억원어치의 자사주가 소각된다.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도 추가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매입한 자사주는 모두 소각한다'는 주주와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 중인 가운데 지난 1월 소각을 완료했거나 소각 결정한 자사주의 총 규모는 약 9000억원이다. 지난해 약 7000억원 규모의 소각 주식을 넘어섰다. 올해엔 여섯 차례 자사주 매입을 단행하며 55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해놓은 상태다.

고려아연도 오는 12월까지 1조8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며 삼성물산(9400억원), 현대차(9200억원) 등도 1조원에 가까운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자사주 소각이 활발해진 배경에는 밸류업 프로그램뿐 아니라, 정권 교체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더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확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만큼 정권 교체시 이와 관련된 수혜가 기대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대선이 끝난 올해 하반기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도개편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법·자본시장법 개정,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등은 국내 증시를 직접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봤다.

특히 이 후보는 일정 기간 내에 자사주를 소각하는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만일 상법 개정되면 유통 주식 수가 감소하고 주당 가치 증가,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케 한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배당 확대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자사주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주가 상승은 제한적이지만, 최근 논의되고 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장사들의 가치평가는 여전히 낮다. 지난 23일 기준 코스피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8배, 주가수익비율(PER)은 12.86배로, 전년(0.99배, 21배) 보다도 낮아졌다. 지수 기준으로도 전년(2721.81)보다 4.76포인트 하락했다.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은 "한국 자본시장은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틀에 갇혀 있으며 구조적 저평가의 핵심에는 낮은 PBR, 불투명한 지배구조, 단발성에 그치는 주주환원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며 "진정한 밸류업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법 제도 개선, 지배구조 투명성, 지속가능한 수익성이라는 세 축이 맞물릴 때 시장은 구조적으로 반응한다"고 짚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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