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여성일수록 더 낳지 않는다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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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소설 ‘반려빚’의 젊은 여성 정현의 ‘반려’는 빚이다. 개나 고양이라는 일반적인 반려를 생각할 때 드는 첫번째 생각은 ‘아프면 돈이 많이 들 거야’라는 것. 그는 꿈에서 자신의 목줄을 쥔 반려빚과 산책하러 나가기도 한다. 돈을 빌려서 준 여자친구는 이혼한 뒤 연락이 온다. 위자료로 돈을 갚겠다고. 같은 작가의 ‘좋아하는 마음 없이’에서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여성 안지는, 아이의 양육을 새로 결혼하는 남편에게 맡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이 죽고 나서 안지는 전남편의 아내와 조우한다. 사망보험 수령자가 안지로 되어 있어서인데, 아내는 ‘공부 잘하는 아이’의 양육비를 요구한다. 빚을 갚은 정현은 홀가분해한다. “마침내 0이 된 기분.”
한국에서 결혼이나 출산, 양육 모두 ‘경제 이슈’일 뿐이다. 이철승은 ‘오픈 엑시트’에서 저출생인 한국에서 특이한 현상으로 가난한 청년일수록 아이를 더 낳지 않는 것을 짚었다. 저소득·저학력 계층 여성일수록, 서비스 판매직 여성일수록 출산율이 더 급격하게 감소했다. 2019년 100가구(가구주 연령 15~49살)당 출산 가구는 소득 하위층 1.3가구, 중위층은 3.6, 상위층은 5.8이었다. 전체 백분율로 환산하면 각각 8.5, 37, 54.5가 된다. 저자는 말한다. “왜 그런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동시대 한국인이면 다 안다. …제 몸 부지하기도 벅찬데, 그럴 만도 하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가난한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고, 선진국에서도 가난한 계층일수록 출산율이 더 높은 것과 상반되는 현상이다. 한국도 예전에는 그랬다. 1971~1975년 출생 세대에서, 1997~2017년 저소득, 저학력, 비전문직 여성의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역전했다. “한국 사회는 상층과 정규직만 그럭저럭 재생산을 해나가는 나라로 변하고 있다. (…) 상층끼리의 교배를 통해 우성 유전자들을 추려내는 우생학을―직접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사회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 돌봄 서비스의 소득·재산 기준 폐지’(민주당), ‘자산 형성 지원’(민주당·국민의힘) 등 주요 대선 후보의 저출생 공약 역시 중상층을 겨냥한다. 가난한 여성이 아이를 얻고 플러스가 되는 기분이 드는 일이 있을까. 경제적 이슈가 될수록 소득 하위층에 출산은 마이너스다.
구둘래 텍스트팀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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