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정위-금융위 소통 부재로 증발하는 정부·정책 신뢰도

세종=문수빈 기자 2025. 5. 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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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타행과 공유한 건 리스크 관리 차원이었기 때문에 높일 수가 없어요. 당행이 타행보다 높은 ‘특이값’이 있을까 봐 조정한 거예요.”

최근 기자와 만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LTV 담합 징계 움직임에 이같이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 20일 임원회의에서 공정위의 제재 추진과 관련해 “금융 안정과 소비자 권익 침해 소지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 반발하는 이번 사건은 4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을 대상으로 한 공정위의 LTV 담합 조사다. LTV는 건물 가격에 대한 대출 비율로, 금융위는 지역이나 건물·대출자의 유형에 따라 LTV 상한선을 정해 둔다. 그 안에서 은행들은 과거 경매 낙찰가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수치를 정한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고객에게 자금을 빌려주면서 서로의 LTV 정보를 공유하고 대출 한도를 조절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어느 은행을 가도 LTV가 비슷해졌고, 고객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은행들은 LTV 정보 공유에 대해 금융위가 입이 마르고 닳도록 강조하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금융 사고 예방과 타행과의 경쟁. 두 요소 사이에서 적정한 줄타기는 오롯이 은행들의 몫이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금융위가 LTV를 설정할 당시, 양 기관이 담합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2016년 공정위는 신한·KB국민·하나·우리·농협·SC제일은행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며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각 사에 보냈다. 은행들은 CD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의 금리를 결정하는 터라 해당 담합으로 수조원의 이익을 챙겼을 거란 게 공정위의 설명이었다.

당시 은행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CD금리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합이라고 지적하는 건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CD금리의 급등락을 막으라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있었다고도 했다. 문제가 불거진 초기인 2012년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은행들이) 담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작으로 얻을 이익도 크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공정위는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공정위와 금융위가 본인의 영역에서 자기 할 일만 하면 위 사례에서 보듯 정부와 정책의 신뢰도는 떨어진다. 민간기업이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리스크를 관리했는데 경쟁당국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거나, 두 번째 사례처럼 공정위의 제재가 흐지부지화 되면 정부와 부처의 사업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과 경쟁당국이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컨설팅을 받는 방안은 떨어진 신뢰도를 제고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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