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이 살아 있어야 좋은 그림책이에요
그림이 삽화로 기능하지 않아야
글이 말하지 않는 것 그림이 설명
그림이 삽화 이상 역할해야 좋아
그림에 초점 맞춰 아이와 책 읽기

어떻게 좋은 그림책을 고를 수 있을까?
최혜진 저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중, 그림책 ‘무릎 딱지’의 작가 올리비에 탈레크는 좋은 그림책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림책 안에는 두 가지 언어가 있어요. 글 언어와 그림 언어가 있죠. 어떤 그림책은 그림이 삽화로서만 기능하기도 합니다. 원고에 나온 내용을 그냥 이미지로 실현해 놓은 거죠. 전 그런 그림책은 질이 떨어지는 책이라고 봅니다. 글과 그림이 각각 두 개의 트랙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합니다. 글이 말하지 않은 부분을 그림이 설명하고, 그림이 비워놓은 지점을 글이 채울 것,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두 명의 해석과 관점이 독립적으로 살아 있을 것. 이게 제 작업 원칙입니다. 퀄리티 높은 좋은 그림책을 고르고 싶다면 이 원칙을 선택의 잣대로 사용해보세요.”
필자는 매일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고 대화를 나누는 학급 경영을 하고 있어서, 학부모 상담 시 그림책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떤 그림책을 골라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렇듯 양육자들이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고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올리비에 탈레크 작가의 말처럼 그림책의 ‘그림’에 집중해서 책을 골라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림이 단지 삽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그림책을 찾아보는 것이다.

연수 작가의 ‘이상한 동물원’은 갑자기 동물원에서 사라진 동물들이 우리의 일상 여름 풍경 속에 녹아드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에서 찾을 수 없는 정보를 그림이 전하고 있어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그림책이다. 예를 들어, ‘동네를 훤히 볼 수 있는 명당은 언제나 귀여운 동네 고양이들 차지입니다’라고 쓰여 있는 페이지에서 고양이들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지붕 위에서 동네 풍경을 감상하는 호랑이가 그려져 있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작가는 빨갛게 물든 연꽃 사이에 있는 플라밍고, 벽을 타고 있는 산양, 수영장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배영을 하고 있는 해달 등 동물원에서만 만날 수 있던 동물들을 우리 주변의 익숙한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숨겨두었다. 자연스럽지만 낯설기도 한 이 그림들을 아이들은 숨은그림찾기 하듯 자세히 들여다보며, 자유롭게 의미를 구성해 볼 수 있다.
다비드 칼리 글, 미겔 탕고 그림의 ‘대단한 무엇’은 글과 그림이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의 등장인물은 아빠와 가족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림이 서로 다른 의미를 전달한다. 경찰의 자랑이던 앙구스 삼촌, 용감했던 도리스 고모를 소개하는 아빠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플랩 형식으로 되어 있는 오른쪽 페이지를 열면 독자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가 그림으로 펼쳐진다. 글과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을 통해 ‘대단하다’라는 가치와 편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에런 베커 작가의 ‘비밀의 문’은 모험을 떠난 등장인물들이 마법의 펜으로 그림을 그려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내용의 글이 없는 그림책이다. 왠지 글이 없기 때문에 내용 이해가 어려울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오히려 아이들은 글이 주는 정보에 얽매이지 않고 그림에 집중하며 무한한 상상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학부모에게 받은 질문들 중에서 그림책 선택과 함께 많이 받는 질문은 그림책을 읽어 주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그림책을 읽어 주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오늘은 그림에 포커스를 맞춰 아이와 그림을 함께 읽어 보라는 팁을 전하고 싶다. 보통 양육자가 글만 읽어 주고 책장을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신 아이의 시선을 따라서 그림을 함께 들여다보며 대화를 나눠 보면 좋겠다. 주도적으로 그림을 읽어 보는 경험을 통해 아이는 그림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나만의 언어로 그림책의 이야기를 멋지게 완성해 나갈 것이다.
민경효 솔밭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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