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망국적 포퓰리즘선거, 재정입헌이 해결책
재원조달엔 비현실적 낙관론
5년 뒤 재정악화 불보듯
개헌안에 재정건전성 명시해
미래세대 보호 '방패' 삼아야

아동수당 확대, 농어촌주민 기본소득, 65세 이상 버스 무임승차, 소득세 기본공제 확대…. 이번 대선에서 쏟아져 나온 '퍼주기' 공약은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선거판이 본디 포퓰리즘 경연장이긴 하지만 재정 상태가 더 이상 선거공약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그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거대 정당들이 공수표를 남발해 선거 망국을 앞당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약 중 농어촌 기본소득 하나만 따져봐도 매달 15만~20만원을 지급한다고 할 때 5년 동안 최소 20조원 넘게 들어간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공약도 마찬가지다. 소득세 기본공제액을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리고, 종합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세수는 연간 10조원 정도 줄어들게 된다.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5년 뒤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한국의 중앙정부 부채는 약 1200조원. 2016년 이후 불과 8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 950만명이 앞으로 15년에 걸쳐 복지 대상으로 편입하게 된다. 고령층에 대한 기존 복지체계를 유지하는 것도 부담이 커지는데 기초연금 확대,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버스 무임승차 같은 공약을 더한다면 나라 곳간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공약 재원에 대해 후보들은 정부 지출을 효율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말장난에 불과하다. 기존 지출을 줄인다고 한들 막 던지는 포퓰리즘 공약의 10분의 1도 충당할 수 없다. 일단 재정을 풀어 경제를 살리면 세수가 증가한다는 논리도 무한정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기축통화국이나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주장이다.
더 이상 정치권의 탐욕으로 인해 국가재정이 고갈되지 않도록 재정건전성을 헌법에서 규율해야 한다. 현재 헌법에는 재정건전성에 관한 명확한 조항이 없다. 헌법 제54조에 국회가 예산 심의 및 확정권을 가지며, 정부는 매년 예산안 및 결산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했지만 국가재정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조항은 아니다.
이재명 후보, 김문수 후보는 모두 개헌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누가 승리하더라도 즉시 개헌특위를 가동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각 진영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같은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춰 개헌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재정건전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개념이지만 독일, 스페인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남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개헌을 통해 재정건전성 조항을 만들었다.
특히 독일은 정부의 구조적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35%를 초과할 수 없도록 헌법에 못 박았다. 지방정부는 원칙적으로 적자재정이 허용되지 않는다. 독일 의회가 2009년 개헌을 통해 이 같은 조항을 신설한 결과 독일은 유럽에서 반복된 재정위기에도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재정지표를 법제화해 국가채무를 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이 논의됐지만, 여야 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라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을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 법률은 국회 과반수만으로 바꿀 수 있지만, 헌법은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해 정권 입맛에 따라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6·3 대선이 끝나면 내년에는 지방선거, 2028년에는 총선이 열린다. 선거가 많은 나라에서 퍼주기 공약을 남발할 때 청구서가 누구에게 가겠나. 재정 입헌은 미래 세대에 빚더미를 떠넘기는 것을 막아주는 강력한 방패가 될 것이다. 정치인의 무분별한 공약과 입법에 대해 헌법으로 통제해 재정 누수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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