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공직개혁은 불가피하다

뭐든 방만해지면 끝은 파국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빚을 감당 못하면 망한다. 경제에도 거품이 잔뜩 끼면 끝내 터지고 만다. 진리라고 하면 거창하다. 그냥 상식이다.
전기톱 개혁이 화제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얘기다. 전기톱은 혁명에 가까운 개혁을 상징한다. 밀레이 대통령은 인기 없는 구조개혁을 1년 반 동안 밀어붙이고 있다. 300% 가깝게 치솟았던 아르헨티나 물가는 40%대로 떨어졌다.
전기톱 개혁의 화룡점정은 공무원 감원과 재정지출 감축이다. 사실 공무원 수는 갈수록 늘어난다. 정부가 할 일이 많아져서라고들 한다. 하지만 고전 행정학에 나오는 '파킨슨의 법칙'을 보면 공무원들 스스로가 수를 불린다. 공무원이 늘어나니 국가의 일은 많아지고, 재정지출은 늘어나고, 다시 공무원 수가 증가하는 원리다. 밀레이 대통령은 파킨슨의 법칙에도 전기톱을 들이대고 있다.
공직 대수술이 필요한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 중 정부효율성 순위에서 한국의 순위는 매년 떨어지고 있다. 2018년엔 29위였는데 작년엔 39위까지 밀렸다.
국가·지방 공무원 수는 갈수록 늘어나 100만명을 넘긴 지 오래다. 2023년 기준 총공무원은 118만3000명에 달한다. 공무원 인건비 예산만 연간 50조원에 육박한다.
살찐 정부는 쓸데없는 일을 만들기 마련이다. 재정 낭비를 부른다. 나라 곳간이 위협받는다. 그래도 걱정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취업, 내 집 마련, 육아 등 걱정이 태산인 2030세대는 국가부채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작고 민첩하고 효율적인 정부가 대세다. 방만한 재정운용을 개혁하려면 공직부터 시작해야 한다. 행정개혁의 요체는 과감하고 대대적인 실적주의 도입이다.
싱가포르에서 배울 게 있다. 이 나라는 공무원 성과급을 경제성장률에 연동한다. 하위직급에는 정액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고위직에는 가차 없다. 2020년 코로나19로 경제가 역성장하자 하위직 일부를 빼곤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작년엔 4% 넘게 경제가 성장해 싱가포르 공무원들은 1.05개월 치 월급을 연말 성과급으로 받았다.
기업만 성장을 책임지는 시대는 지났다. 공무원도 같이 뛰어야 한다. 성장을 등한시하는 공무원은 성과급을 덜 주는 방식의 공직개혁을 떠올려본다. 공직부터 거품을 걷어내면 이 분위기는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행정개혁은 숙명이다. 100만 공무원 사회를 뒤흔들 개혁이 전기톱이 될지 겨우 손톱깎이 수준에 그칠지 국민들이 매서운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문지웅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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