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시에 민주당 '대법관 100명법' 철회...'30명법'은 남긴 이유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당내에서 발의됐던 '대법관 100명 증원',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등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관련 법안에 대해 자중할 것을 지시했다고 직접 밝힌 지 이틀 만이다. 그러나 '대법관 30명 증원' 법안에 대해선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피해가되 당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대법관 증원 자체에 대해선 신중한 논의를 이어가겠단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윤호중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안 철회 지시 배경에 대해 "사법 개혁은 삼권 분립과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 인권 보호 등의 여러 측면에서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할 사안이지, 개별 의원 차원에서 결정될 수준의 사안이 아니다. 더 신중하게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사법부 개혁과 관련된 여러 법안이 있다. 지금 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추진 여부를 결론 내릴 수는 없다"며 "다만 최근 법조계 또는 법관 사회 내에서 우려가 큰 법안들에 대해선 우리 당이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의 '대법관 100명 증원' 법안에 대해선 "대법관 수를 늘리는 합리적인 이유에 관한 논의보다는 100명이라고 하는 숫자에 다들 놀라는 것 같다. 숫자에 집중이 돼서 제대로 (개혁) 취지가 전달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법안에 대해선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자격을 혼동한 것 같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헌법재판관의 경우는 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정치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국내 정치가 아니라 국제 정치, 외교와 관련된 판단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전문가들 사이에 논의돼 온 내용(비법조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대법관의 경우로 적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본부장은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대법관 30명 증원' 법안에 대해선 "검토해보겠다"면서도 "모든 법안을 철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관 수가 어느 정도면 적당한지에 관한 당내 의견일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와 만나 "대법관 수 조정은 필요성이 이미 확인되지 않았느냐. 지난 대선 때도 공약한 바 있고 법조계에서도 조정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또 '대법관 30명 증원' 법안의 경우 발의됐을 때 반발이 크지 않았다"며 "'100명', '비법조인' 같은 내용은 당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기 때문에 철회한 것이지, (사법개혁) 논의 자체를 멈추겠단 것이 아니다. 앞으로 유연하게 의사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번 조치는 사법개혁보다 민생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이재명 후보의 의지와도 무관치 않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경기 부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개정 추진은) "제 입장은 아니라는 말씀드린다. 개별적 입법 제안에 불과하다"며 "당내 자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법률가에 대법관의 자격을 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개정안 추진은) 섣부르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은 신중하게 논의를 거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내란을 극복하는 게 더 중요하다. 국민들이 이 나라의 운명을 판단하는 시점인데 불필요하게 그런 논쟁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경기 수원 아주대에서도 이 후보는 기자들을 만나 관련 질문에 "민생이 가장 급선무이고, 지금은 그런 것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이 후보는 "대한민국의 대법원에는 워낙 사건이 많고 다른 나라에 비해 (대법관) 수가 적어서 민사사건의 70%를 기록도 안 보고 그냥 심리불속행으로, 상고심의 재판받을 기회가 박탈당하고 있다. 법원 내에서도 대법관 증액 관련 논의가 많다"며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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