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동의 오일머니, 베를린으로…두바이 IT 박람회 GITEX 유럽 상륙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스타트업 박람회”를 표방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정보통신 박람회 ‘자이텍스(GITEX)’가 유럽의 첨단산업을 공략하며 처음으로 독일 베를린에 상륙했다. 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도 이 박람회를 계기로 베를린을 찾아 유럽, 나아가 중동 시장 판로 개척 가능성을 모색했다.
지난 21∼23일 사흘간 무역박람회장인 베를린 메세에서 열린 ‘2025 자이텍스 유럽-베를린’엔 아이비엠(IBM)과 아마존웹서비스(AWS), 엔비디아부터 34개 유럽 국가와 아랍에미리트, 인도, 튀르키예, 한국의 스타트업까지 총출동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양자컴퓨팅, 사이버 안보, 그린테크 기업들로 채워진 6개 전시관은 각국에서 온 방문객들을 맞이했는데, 관심은 단연 인공지능 분야에 몰렸다. 프랑스 정부가 처음 신설한 인공지능부의 클라라 샤페즈 장관은 21일 첫날 개막 행사에서 “프랑스와 독일은 함께 혁신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갖고 있다”며 다시금 유럽을 “실세”로 변모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럽 스타트업과 첨단기술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고자 하는 베를린은 연방과 주정부 차원에서 2022년부터 전략적으로 자이텍스 유치에 나섰다. 유럽이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5000개 가량의 스타트업이 있는 베를린을 글로벌 기술 생태계의 핵심 도시로 키우는 구상이다. 그에 따라 유럽 각국의 스타트업은 물론, 유럽연합(EU)의 중소기업 및 과학정책을 지원하는 유럽혁신위원회(EIC)도 박람회에 참여했다. 유럽혁신위원회는 100억유로(약 16조5900억원) 규모로 지원 중인 40개 넘는 딥테크 벤처와 기업을 소개하는 쇼케이스 행사를 열기도 했다.
두바이 자이텍스를 세계 3대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박람회로 키워낸 아랍에미리트 또한 글로벌 기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로 진출해 자이텍스를 열고 있다. 베를린 박람회는 유럽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목적을 갖는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은 80개국 1400여곳과 750개 스타트업으로, 600여명 이상의 투자자와 정부 투자 기관이 이곳에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각국 스타트업의 최신 기술 동향을 탐색해 파트너로 협력하거나, 투자처를 확보하는 등 네트워크 기회를 최대한 살리는 것이 박람회의 주요 목표다. 이번엔 스타트업 투자에 특화된 오스트리아 스피드인페스트, 프랑스 카타이 캐피탈, 독일 얼리버드벤처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다만 예상보다는 규모가 작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첫 박람회였던 만큼 기업 2400여곳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1400곳이 참여했다. 거대 테크 기업의 참여도 예상보다 적었다.

인공지능 분야에선 미국 시스코(Cisco)가 박람회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고, 중국 네트워크 장비 기업 에이치3시(H3C)도 스마트 시티 분야 공식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두바이 자이텍스의 커머셜 부문 부사장 아이만 하산은 한겨레에 “유럽에도 많은 이벤트가 있지만, 제대로 된 아이티(IT), 테크 박람회는 없었다”며 “불가리아와 코소보, 보스니아 등은 처음으로 이런 국제적인 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우리는 더 많은 기업가와 중소형 기업들을 자이텍스의 글로벌 청중과 연결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 12곳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와 경남테크노파크 지원을 받아 박람회 한국관 부스에서 투자사와 사업 파트너들을 만났다. 이들 중엔 유럽 시장 진출의 경쟁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처음 자이텍스를 찾은 기업들이 많았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인포플라와 3D 기반 초경량 데이터 기술 솔루션을 만든 그리네타는 자이텍스가 주최한 스타트업 경연 대회인 ‘슈퍼노바 챌린지’ 준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슈퍼노바 챌린지 최종 결과 특별상을 수상한 인포플라의 김보경 팀장은 “국내와 해외의 (스타트업) 투자 규모도 현격히 다르다는 걸 느꼈고, 유럽 뿐 아니라 중동 투자사들의 관심도 받았다. 우리 제품의 기술이 이곳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3D 데이터 기반의 고도 압축 알고리즘으로 건축용 정밀 도면 제작 기술을 갖춘 그리네타는 제조업이 강한 국가들을 겨냥해 자이텍스에 참가했다. 그 결과 폴란드 기업 및 쿠웨이트 건축 승인 기관과 거래 진행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 의료영상 분야 인공지능 기업인 인비즈의 박성철 대표는 “자이텍스는 아직 덜 알려진 아이템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느꼈다”며 “독일과 프랑스, 인도 쪽 투자사로부터 협력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박람회 기간 한국관 운영을 총괄한 코트라 함부르크 무역관의 박은아 관장은 “자이텍스가 유럽에 처음 들어온 건 이쪽 기술 기업들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는 취지”라며 “한국 기업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 진출의 거점으로 삼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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