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천운농협, 이익공유제로 청년농 해법 찾는다
65세 이상 조합원 69.9% ‘위기’
청년농 연소득 최대 5천만원 설계
고령농 소득 유지·청년 기회 제공
영농 공동체 확대…정착 기반 마련

전남 화순군 천운농협이 고령화로 심화하는 농촌 인력난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이익공유제'를 도입하고, 청년 인력 유입과 정착을 위한 실질적 지원에 나섰다. 단순한 농작업 대행을 넘어 청년이 농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교육과 금융, 농지 연결까지 종합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26일 전남농협 등에 따르면 전국 고령 인구 비율은 28% 수준이지만, 전남은 36%, 화순군은 31%에 이른다. 특히 천운농협 관내 고령 인구는 전체의 41%에 달한다. 조합원 기준으로는 65세 이상 고령 조합원이 전체의 69.9%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45세 이하 청년 조합원은 2.5%에 그쳐 '일할 사람이 없는 농촌'이라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천운농협은 '청년농업인 이익공유제'를 통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지역 농촌의 소멸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제도는 고령 농업인이 경작이 어려운 농지를 농협에 위탁하면 농협이 청년농업인에게 해당 농지를 연결하고 영농 기술·자재·금융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청년농업인은 농지를 경작하며 발생한 이익을 고령 농업인과 공유하게 된다.
천운농협은 이를 위해 영농 교육과 현장 실습을 통해 청년농업인의 기술 습득을 돕고, 농협 사업과 연계해 연간 2천500만원 안팎의 농외소득도 보장하고 있다. 기본 농업소득을 포함하면 청년 한 명당 연간 4천만~5천만원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된다. 또, 일정 기간 경작 실적이 쌓이면 농지를 우선 매입하거나 장기 임차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현재 천운농협 관내에서 이익공유제를 통해 활동 중인 청년농업인은 21명에 이른다. 벼와 콩 등 전통작물부터 조사료, 축산, 양봉, 과수, 원예 등 다양한 품목을 경작하고 있다. 이들 모두 실제 거주하며 영농에 참여하고 있다. 천운농협은 이들의 농작업 대행 면적을 기존 12만평에서 30만평 이상으로 확대하고, 점진적으로 영농 필지 양도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고령 농업인은 농지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농업직불금과 농민수당을 그대로 받고, 농작업에 대한 일정 수익을 청년농업인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청년농업인은 농협과의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와 수익을 보장받는다. 영농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자립 기반도 다질 수 있다. 농협은 농작업에 필요한 장비와 자재를 선공급하며 분쟁 조정과 사업 안정화를 주관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만 청년농업인이 지역에 정착하기까지는 농업지식 부족, 생활 인프라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또한 농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제약 요소다. 천운농협 관계자는 "농협의 농작업대행 서비스가 오히려 일부 고령 농업인의 토지 양도를 늦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청년농업인의 수요와 고령농의 의사를 균형 있게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천운농협은 앞으로도 교육·실습·금융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청년농업인 중심의 농작업 공동체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이익공유제를 통해 청년농업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자립 기반을 마련해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천운농협 관계자는 "농촌에 청년이 돌아오지 않으면 농업과 지역 자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이익공유제를 통해 고령 농업인의 경험과 청년의 노동력을 연결함으로써 농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일 농협전남본부장은 "청년들이 농촌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안정적인 농업소득 보장"이라며 "천운농협의 이익공유제는 고령농과 청년농이 함께 소득을 나누고, 경험과 기술을 이어받으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평농협, 나주축협 등 다양한 지역 농협에서도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남농협은 청년이 정착하고 활력 넘치는 농촌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평농협은 청년농업인의 경영 역량 강화와 안정적 영농 기반 마련을 위해 '청년농업인 대학'을 운영 중이다. 나주축협은 수정란 이식 등 최신 기술 컨설팅을 통해 청년축산인 육성에 힘쓰고 있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