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에 이상기류…정국 뒤흔드는 이준석·권영국
‘골든크로스’ 노리는 김문수, 3위 이준석에 러브콜
진보 후보 권영국 지지율도 TV토론 후 ‘껑충’
‘심상정 트라우마’에 민주 ‘전전긍긍’…단일화 가능성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대선까지 8일, '이변은 없다'던 6·3 장미대선 판세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독주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사이 2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다. '더블스코어' 가까이 벌어졌던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어느덧 한 자릿대까지 좁혀졌다.
'1강' 구도에 틈이 생기자 캐스팅보트를 쥔 이들의 정치적 몸값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김 후보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 단일화 러브콜을 보낸 가운데 민주당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지난 대선 당시 오른쪽이 결집하고 왼쪽이 분열하며 석패했던 이른바 '심상정 트라우마'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토론 후 흔들리는 이재명, 지지율 일제히 하락세
대선 정국 초기만 해도 판세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었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50%를 넘나드는 사이 국민의힘은 '김문수-한덕수 단일화'를 두고 몸살을 앓았다. 그 사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 논란까지 겹치자, 이재명 캠프 내부에선 대선 승리를 넘어 '역대 최다 득표 당선'이라는 희망찬 목소리까지 새어 나왔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이재명 후보의 선전이 점쳐졌던 TV토론 후 되레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커피 원가 120원 논란', '호텔경제학 논란' 등에 더해 민주당의 '사법부 장악 논란' 등이 겹치자 '반명(反이재명) 표심'이 집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매일경제와 MBN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25일 실시한 2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44.9%, 김문수 후보 지지율은 35.9%, 이준석 후보 지지율은 9.6%를 기록했다. 지난 16~18일 실시한 1차 여론조사에서 후보별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 47.7%, 김 후보 33.3%, 이준석 후보 6.8%였다.
이재명 후보는 여전히 오차범위 밖에서 우위를 이어갔다. 다만 지난 일주일간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2.8%포인트(p) 하락한 반면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2.6%p, 2.8%p 상승했다. 특히 중도층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 이탈 흐름이 감지됐다. 이념 성향별로 보면 이재명 후보 중도층 지지율이 1차 여론조사(55.8%) 대비 9.4%p 하락한 46.4%로 조사됐다.
서울에서도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줄었다. 1차 조사에선 이재명 후보(44.7%)가 김 후보(34.7%)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지만, 2차 조사에선 이재명 후보(40.7%)와 김 후보(37.5%)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측됐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스티아이(STI)와 진행해온 대통령 후보 지지율 예측조사(여론조사 메타분석)에서도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의 격차는 9.3%p로 줄었다.
지난해 12월4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188개 여론조사를 종합해 분석한 대선 지지율 예측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46.7%, 김 후보 37.4%, 이준석 후보가 9.3%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인 5월18일 예측치에 견줘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2.1%p 하락한 반면,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각각 1.3%p, 1.4%p가 올랐다.

골든크로스 노리는 김문수, 이준석에 '단일화 러브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자, 단일화 파동 후 사기가 저하됐던 김문수 캠프 기류도 바뀌었다.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그 반전의 도화선으로 '김문수-이준석 단일화'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단순 합산으로 김문수 후보 지지율과 이준석 후보 지지율을 더할 시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지른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준석 후보를 대하는 국민의힘 태도도 크게 달라졌다. 이른바 '배신자' '싸가지론'을 앞세워 이준석 후보를 몰아세웠던 국민의힘 지도부지만, 최근 들어서는 '옛 동지' '같은 뿌리'를 내세우며 이준석 후보에게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취재에 따르면, 일부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개혁신당 지도부와 핵심 당직자들에게 '차기 당권' 등을 미끼로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준석 후보가 내세우는 어떤 단일화 조건도 수용하겠다는 태도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준석 후보 역시 이재명(더불어민주당 후보) 총통의 집권을 반드시 막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코 다른 편이 아닐 것"이라며 "단일화의 전제 조건을 제시해달라"고 했다. 대선 사전투표(29~30일)를 사흘 앞두고 공개적으로 조건 제시까지 요청하며 단일화 성사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다만 이준석 후보는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①자신을 내친 친윤(親윤석열)계가 여전히 당내 주류인 국민의힘과 힙을 합칠 이유가 크지 않고 ②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양 후보의 지지자 성향이 다르기에 '1+1=2'가 아닌 '1+1=1.5'의 결과에 그칠 수 있으며 ③이에 대선을 끝까지 완주해 개혁 보수 후보로서의 성과를 증명하는 게 이준석 후보에겐 더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게 개혁신당의 입장이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개혁신당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만약 단일화가 있다면 그 당(국민의힘)의 후보가 사퇴하는 것뿐"이라며 "당원과 지지자,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이번 대선을 반드시 완주하고 승리로 응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낙승' 자신했는데…다시 긴장하는 민주당
보수 연대의 키를 쥔 이준석 후보가 몸값을 높이는 사이, 무명 주자로 분류됐던 4위 권영국 후보의 존재감도 커진 모습이다. 3위권 후보들과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나 권 후보의 지지율이 2배 이상 반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발표됐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5월 4주차 주간동향 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도는 이재명 후보 46.6%, 김문수 후보 37.6%, 이준석 후보 10.4% 등으로 나타났다. 4위 권 후보는 직전 조사(5월20~21일, 0.6%) 대비 지지율이 1%p 증가한 1.6%를 기록했다.
TV토론을 거치며 권 후보를 지지하는 진보 성향 유권자가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TV토론 전까지 무명 후보로 분류됐던 권 후보지만, 토론에서 김문수 후보를 '내란 공범'이라 맹폭하면서 반윤(反윤석열)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었다는 평가다. 실제 1차 TV토론 후 이재명 후보 지지층을 이념 성향별로 구분한 결과(리얼미터 기준) 진보층 지지율이 지난 조사 대비 5.7%p 하락했다.
권 후보는 '중도 보수'를 내세운 이재명 후보와의 차별성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권 후보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가덕도 공항은 정치적으로 어쩔 수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태도에 아쉬움이 크다"며 "3차 토론에서도 노동자와 서민, 소수자의 관점에서 한국 사회를 재구성하는 진보정당 후보다운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완주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권 후보는 지난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개혁이나 정책을 정확하게 (검토)해서 왜 국민의힘에 졌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제3의 정당이 존재하는 것이 마치 자기의 표를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는 게 온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내란 세력 청산은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적으로 패배시키는 것"이라며 "저 본인이 김문수 후보를 제대로 공격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권 후보의 지지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해 2%대로 올라설 경우 민주당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3월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득표율 0.73%p 차로 석패했는데, 당시 민주당 일각에선 심상정(득표율 2.37%) 정의당 후보가 이 후보와 단일화했다면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아쉬움 섞인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권영국 후보는 '내란 세력 척결'을 위해 싸우는 동지"라며 "연대의 대상이지 견제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민주당 한 의원은 "만에 하나 김문수-이준석 단일화가 결정될 경우 민주 진영도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며 "진보의 표심이 분열되면 어부지리는 국민의힘이 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기사에서 인용한 매일경제·MBN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업체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응답률 16.8%)을 대상으로 23~25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해 100% 전화 면접조사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한겨레가 에스티아이에 의뢰한 조사는 2024년 12월4일부터 2025년 5월24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조사 중 가상대결 문항이 포함된 188개 여론조사를 분석 대상으로 사용했다. 각 후보의 지지율 추정치 산출에는 베이지안 추론과 상태공간모형을 결합한 통계적 모델이 적용됐다.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 걸기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8.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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