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당뇨 차별 않길"…9살 율아, 170㎞ 걸어 대통령 후보 만나는 이유

박미주 기자 2025. 5. 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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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서울 국회의사당 도보 행진 나서
대선 후보들에 1형당뇨 환자 어려움 전달, 정책적 지원 당부
아버지와 도보 행진에 들어간 1형당뇨 환아 박율아양(9세)이 26일 천안역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아버지 박근용씨

"저처럼 1형당뇨를 앓고 있는 친구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길 바라고 병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프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았으면 해요."

1형당뇨 환아인 9살 박율아양이 세종시부터 서울 국회의사당까지 170㎞를 걷는 대장정에 들어갔다.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 1형당뇨 환자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1형 당뇨는 자가면역질환이나 원인을 모르는 이유로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인 베타 세포가 파괴돼 발병하는 병이다. 먹는 약이 없어 매일, 평생 주사로만 관리해야 한다. 스스로 혈당 관리가 어려워 저혈당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정밀 인슐린자동주입기(인슐린펌프)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율아양은 아버지인 박근용씨와 함께 지난 23일 세종시청에서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오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도착하는 게 목표다.

도보 행진 중인 율아양과 아버지 박근용씨/사진= 박근용씨

천안역 앞에서 다시 행진을 시작한 26일 율아양은 머니투데이에 "더 많은 사람들이 1형당뇨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 병을 가진 아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고 도보 행진을 시작한 이유를 전했다.

율아양이 170㎞의 도보 행진을 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2월 아버지와 함께 세종시에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까지 10박11일에 걸쳐 걸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크게 바뀐 게 없었고 대통령 후보들에 이런 현실을 전하기 위해 다시 걷기로 결심했다.

아버지 박근용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해 율아와 세종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걸었지만 1년 넘게 지난 지금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지난해 3월부터 정부가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1형 당뇨환자의 정밀 인슐린펌프 등 당뇨관리기기 구입비의 본인부담률을 기존 30%에서 10%로 낮춰주긴 했지만 아직 그 혜택이 성인으로 확대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1형당뇨 환자는 5만명이 채 안 되고 그 중 19세 미만은 3600여명 정도로 10%가 채 되지 않는데, 성인, 중장년, 노인들은 굉장히 힘든 삶을 겪고 있다"고 했다.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박씨는 "직접 주사하는 경우 매달 주사료 20만원이 드는데, 정밀한 관리를 위해서는 무선인슐린펌프 등이 필요하지만 국내 수입 통관절차가 어렵고 비용도 병원비 등을 제외하고 1년에 500만원 정도가 든다"며 "이에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사용률이 0.4%밖에 안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형당뇨인의 자살률은 암 환자의 1.8배로 높다. 1형당뇨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고 정책적 지원은 미흡하며 아이들의 생명은 위협받고 있다"면서 "국가에서 1형당뇨 환자들에 지원을 해주면 합병증 위험이 줄어 전체 의료비 부담은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난 23일 율아양과 아버지 박근용씨, 한국1형당뇨병 환우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박근용씨

지난 25일 행진 도중 이재명 대통령 선거 후보를 만났다는 박씨는 "이준석 후보와 김문수 후보 등도 만날 의향이 있다"며 "차기 정부를 이끌 분께서 저희 목소리를 들어봐주고 포용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씨가 대선 후보들에 요구하는 사항은 5가지다. △1형당뇨를 '췌장 장애'로 인정 △중증난치질환으로 인정 △성인까지 지원 확대 △요양비의 급여화 △연속혈당기와 인슐린펌프, 바크시미(저혈당 치료제) 등 최신 의료기기·의약품 도입과 의약품의 급여화다. 박씨는 "선진국은 1형당뇨를 장애로 지정해 환자들에 기계를 채워주고 교육까지 시킨다"면서 한국도 이 같은 정책적 지원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율아 양은 "아픈 아이들 모두가 용기를 잃지 않고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며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안전하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율아양과 아버지 박근용씨가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 박근용씨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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