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저들은 자신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하나이다”···고병권의 말[말했다]
철학자 고병권이 말했다. “저들은 자신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하나이다.” 지난 5월 9일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 강좌들을 폐강시키기로 한 것에 항의”하는 자리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연대 성명문 제목이기도 하다.
서울대는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를 담당하던 교수 김수행이 2008년 퇴직할 때 후임을 뽑지 않았다. 당시 경제학부 교수가 34명 중 미국 박사가 31명이었다. 서울대는 이후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를 강사에게 맡겼다. 강성윤이 전담했다. 2024년 가을 학기부터 3개 과목을 개설하지도 않았다. 여러 학생이 지난 3월 15일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 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서마학)’을 꾸렸다. 학교 측은 학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강성윤은 학부 밖에서 학생과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다음달 24일부터 13주 과정 ‘정치경제학 입문’을 무료로 강의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0704221750261
고병권은 “(김수행 퇴임 부터) 서울대 경제학부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지우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생겨난, 이 작지만 소중했던 땅을, 정착식민주의자들처럼 한 뼘씩 지워가더니 이제는 애초에 그런 땅이 있었던 적도 없는 것처럼, 애초에 이런 과목이 경제학부에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처럼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는 “<자본>이 경제학부 강의실을 허락받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무엇보다 서울대 경제학부에 슬픈 일”이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271644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261432001
고병권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책에 두려움을 느끼고, 비난하고, 다른 이들이 읽는 것을 가로막는 사람들을, 학문공동체인 대학에서 만나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라고 했다.
한 대학 학부의 한 과목 단순 존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돈에 몰입한 이 시대 ‘비판적 학문’의 명맥이라도 이어낼지가 걸린 문제다.
고병권은 2000년대 들어 상업화한 대학 공간 문제를 주로 짚는다. 고병권이 볼 때 대학은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데 있어 세상 어디에도 뒤지지 않고, 인정 욕망과 패거리 문화가 세상 어느 곳보다 넘쳐나는 곳”이다. “기업은 이윤이라는 목표에 정직하지만, 대학은 그걸 진리니 자유니 하는 말로 치장”한다는 점에서 더 속물적이다.
고병권은 3년 전부터 맡은 대학 교양 과목 ‘책읽기’ 이야기도 했다. 첫해 “취업에도, 돈벌이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을 펴놓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다루는 사람처럼 몰입하고 있는 학생들”을 본 뒤 마르크스의 <자본>을 “대학 강의실에서 가장 먼저, 가장 오래 읽고 싶은 책”으로 정했다.
고병권은 <자본>이 탁월한 자본주의 생산양식 분석서라 본다. “상품, 가격, 이윤, 수요공급 등 경제학의 기본 범주들, 더 나아가 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역사적 조건들, 이 학문이 성립하기 위해 전제될 수밖에 없는 착취”를 말하는 책이다. “경제학은 물론이고, 범위를 더 넓혀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영역에서, 지지를 했든 반대를 했든, 누군가 자기 생각을 개진할 때 참조했던 책으로 이 책에 필적”할 만한 게 거의 없는 책이다. “공부란 무엇인가, 배움이란 무엇인가, 무언가를 읽어낸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너무나 훌륭한 책”이기도 하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209111007001
“이 책은 자기가 속한 세계를 읽어냅니다. 비유컨대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물을 보고 놀란 물고기’의 체험을 합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속한 시대에 대한 거리감이 생겨나게 됩니다.” 시대의 여론, 통념, 세태에 거리두기가 시대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하고, 시대로부터 거리를 만들어 내는 공부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했다.
칸트의 “(대학에는) 진리의 관심사를 다룰 자유를 갖는 하나의 학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 잘 먹고 잘 살고 내세에서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그런 것만을 추구하는 학부들만이 아니라, 이론들의 진리를 검사하고 따지는 학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비판이 없는 학문, 이의제기가 없는 학문은 더 이상 학문이 아니니까요. 그것은 맹목적 믿음일 뿐입니다.”
대학 공간의 의미를 짚었다. 지난 9일의 기자회견장에서 “대학은 마르크스 경제학, 그의 경제학 비판을 강의실 바깥으로 내친 이들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키겠다고 모여든 지금 우리들”과 “마르크스를 읽고 혹은 그의 비판 정신을 따라, 자신이 속한 시대 거리감을 느낄, 그 놀라움에서 자유를 느낄 미래 동료들의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는 대학 강의실 바깥에 있지만, 마르크스의 이름으로, 대학을 지키고 있습니다.”
고병권은 추가 e메일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는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가 아니라 대학이란 무엇인가를 말해야 하는 지점까지 오고 말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들이 교과목을 개설하거나 폐지하면서 사용한 암묵적 기준을 따져 물어야 합니다. 마르크스 경제학을 둘러싼 지금의 사태는 단순 교과목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걸려 있는 것은 대학입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대학을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고병권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저술 활동과 사회운동을 병행했다. 제도권 밖에서 공부하고, 강의해왔다. 공동체 수유너머 등 여러 공부단체를 거쳤다. 지금은 읽기의집 회원이다. 현장 철학자, 현장 인문학자다. 대추리부터 혜화역까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추방된 여러 현장에서 실천적·급진적 철학을 고민한다.
[말했다]는 과거나 동시대, 국내외 여러 분야 인물의 주목할 만한 발언을 상세하게 알리는 코너입니다. 잘 보도되지 않은 내용에 발언자의 간략한 이력을 더해 전합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031709001
다음은 고병권(읽기의집)의 ‘저들은 자신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하나이다’ 전문이다.
1.
고병권입니다. 지금 이 자리는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 강좌들을 폐강시키기로 한 것에 항의하는 자리입니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결정은 더 이상 마르크스의 경제학, 더 엄밀히 말하자면 마르크스의 ‘경제학비판’에 경제학부 강의실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이는 마르크스에 대해 더 이상 가르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마르크스에게는 더 이상 배우지 않겠다는 선언이고, 마르크스를 더 이상 배우게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이 대학 경제학부 교수들이 더 잘 알겠지만 이 결정은 사실 어제오늘 내려진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을 담당하던 김수행 교수의 후임을 뽑지 않기로 할 때부터 서울대 경제학부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생겨난, 이 작지만 소중했던 땅을, 정착식민주의자들처럼 한뼘씩 지워가더니 이제는 애초에 그런 땅이 있었던 적도 없는 것처럼, 애초에 이런 과목이 경제학부에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처럼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나는 최근 이런 결정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린 한 사람의 시간강사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나는 그렇게 대학강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 말, 박사과정 중에 모 대학에서 교양과목을 하나 맡아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대학강의, 아니 대학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1990년대에 이미 시작된 일이지만 2000년대 들어 대학은 지나치게 상업화되었습니다. 더 이상 사회변혁의 열정이 넘치는 곳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공부에 미친 곳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볼 때 대학은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데 있어 세상 어디에도 뒤지지 않고, 인정욕망과 패거리문화가 세상 어느 곳보다 넘쳐나는 곳입니다. 공부의 이유가 공부에 있지 않고 돈벌이에 있는 곳이 대학입니다. 어떤 점에서 대학은 내게 기업보다 더 속물적입니다. 최소한 기업은 이윤이라는 목표에 정직하지만, 대학은 그걸 진리니 자유니 하는 말로 치장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오랫동안 대학강의를 하다말다 했습니다. 첫 강의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대학강의를 하지 않은 해가 더 많습니다. 조금이라도 버틸만 하면 강의를 그만두었으니까요. 대학강의에 복귀할 때면, 꼭 가라오케에서 반주 알바를 하는 독립 뮤지션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3년 전 한 대학에서 교양강의를 다시 맡을 떄도 그랬습니다. 내가 맡은 과목 중 하나는 ‘책읽기’입니다. 처음에는 내가 편하게 강의할 수 있는 책 한두 권을 학생들과 읽어나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수업을 마치고 생각을 크게 고쳐먹었습니다. 이 수업으로부터 배움을 얻었습니다. 일주일 단 세 시간이지만 강의실에서의 시간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업에도, 돈벌이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을 펴놓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다루는 사람처럼 몰입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며,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지만 다음에는 감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이 ‘우리’의 시간이고, 여기가 ‘우리’의 장소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단 세 시간 그리고 20평도 안 되는 공간이 자유에 대한 열망과 세상에 대한 염려를 가진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 말입니다. 애초에 이곳이 가라오케이든 지옥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이 시간, 이 장소를 소중히 가꾸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제출한 강의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다시 정했습니다. 내가 학생들과 보낼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한 학기 동안 세상 가장 중요한 일을 다루듯 읽기 위해 정한 책, 학생들에게, 나의 젊은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함께 읽자고 제안한 책, 그것이 바로 ?자본?입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과위원회에서 강의실을 허락하지 않은 책, 더 나아가, 더 이상 공부할 가치가 없다는 은밀한 지침을 내리고 있는 책 ?자본?을, 대학 강의실에서 가장 먼저, 가장 오래 읽고 싶은 책으로 결정한 겁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나는 내가 맡은 책읽기 수업에서 ?자본?만 읽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자본?이 얼마나 대단한 책인지를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너무 슬픈 일입니다. 특히 학문하는 사람들의 공간인 대학에서 그것을 말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경제학은 물론이고, 범위를 더 넓혀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영역에서, 지지를 했든 반대를 했든, 누군가 자기 생각을 개진할 때 참조했던 책으로 이 책에 필적할 만한 책은 거의 없습니다. 대학에서 이런 말을 해야 하다니, 말을 하고 나니 더 슬퍼지네요.
내가 대학수업에서 왜 이 책을 가장 먼저 함께 읽고 싶었는지만 짧게 말하겠습니다. 내게 ?자본?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대한 분석으로서도 탁월하지만, 무엇보다 공부란 무엇인가, 배움이란 무엇인가, 조금 더 좁혀 말한다면, 무언가를 읽어낸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너무나 훌륭한 책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자기가 속한 세계를 읽어냅니다. 비유컨대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물을 보고 놀란 물고기’의 체험을 합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속한 이 시대에 대한 거리감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거리감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우리시대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훌륭한 비판, 좋은 비평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마르크스는 우리시대를 비판함으로써 우리시대를 이해시킵니다. 우리시대와의 거리두기를 가능케 함으로써 우리시대를 볼 수 있게 만듭니다. 나는 이것이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또한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이 ‘거리’가 공부이고, 이 ‘거리’만큼이 자유입니다.
2.
자기가 속한 시대로부터 거리를 만들어내는 공부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만 그 이전에 자기 시대에 거리를 둘 수 있는 자유가 공부를 가능케 합니다. 우리시대의 여론이나 통념, 세태에 굴복하지 않고, 오직 ‘과학적 비판’에만 자신을 열어두면서, 마르크스가 좋아했던 단테의 문구처럼, 누가 뭐라든 자기의 길을 걸어갈 수 있어야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대학의 정신’이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칸트는 학부들에 대해 논하면서, 대학에는 반드시 “진리의 관심사를 다룰 자유를 갖는 하나의 학부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는 학부들, 잘 먹고 잘 살고 내세에서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그런 것을 추구하는 학부들만이 아니라, 이론들의 진리를 검사하고 따지는 학부가 있어야 한다고요. 그는 이것이 ‘철학부’의 존재이유라고 생각했지만, 더 나아가 대학의 정신이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정신에 따르면 사실 사람들의 ‘안녕’을 추구하는 학부에서도, 그것이 학문이고 이론인 한에서, 다시 말해 진리가 문제되는 한에서는, 칸트의 말대로, “좌파 반대당”의 의석을 허용해야 합니다. 비판이 없는 학문, 이의제기가 없는 학문은 더 이상 학문이 아니니까요. 그것은 맹목적 믿음일 뿐입니다.
‘정치경제학비판’이라는 부제를 단 ?자본?이 경제학부 강의실을 허락받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무엇보다 서울대 경제학부에 슬픈 일입니다. ?자본?은 상품, 가격, 이윤, 수요공급 등 경제학의 기본범주들, 더 나아가 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생겨난 역사적 조건들, 이 학문이 성립하기 위해 전제될 수밖에 없는 착취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수치스러운 기원과 토대를 드러내는 책입니다. 경제학을 비판하고 경제학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러나 이 비판, 이 부끄러움을 통하지 않고서는 경제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나는 이번 결정을 내린 이들이 ?자본?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확신합니다. ‘제대로’라는 말을 ‘아예’라는 말로 바꾸고 싶을 정도입니다. ?자본?의 문장들을 하나씩 음미하면서 읽은 사람이라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겁니다. 나는 이들이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가 언젠가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어느 신도시 디자인 심사위원회에 참여했던 하비는 심사기준 몇 가지를 제안했는데요. 심사위원들은 그의 제안에 흥미를 보이며 그런 사고를 어디서 얻었느냐고 하비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비가 마르크스의 ?자본?에서 가져왔다고 하자 사람들이 갑자기 냉담해졌답니다. 그는 ?자본?을 언급하면 사람들은 갑자기 신경질적이 되거나 어리석게 본다고 했습니다. 정작 책을 읽지도 않았으면서 이 책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낡았다고 간주하는 것이죠.
나 역시 이런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내가 이들에 대해 갖는 감정은, 내가 누구에 대해서도 결코 갖고 싶지 않은 감정, 바로 연민입니다. 정작 비뚤어졌거나 낡은 것은 ?자본?이 아니라 이들의 시선입니다.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책에 두려움을 느끼고, 비난하고, 다른 이들이 읽는 것을 가로막는 사람들을, 학문공동체인 대학에서 만나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입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연민이 아니라 자유를 느끼고 싶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 온 것은 자유를 느끼기 위해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이며, 배우기 위해서, 배움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꽤 오랫동안 대학을 저들의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냉소했고 야유했습니다. 그러나 대학은 자유를 열망하고 세상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공간, 우리들의 공간입니다. 대학은 마르크스 경제학, 그의 경제학비판을 강의실 바깥으로 내친 이들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키겠다고 모여든 지금 우리들, 그리고 30여년 전, 이 대학의 강의실에서 내게 ‘마르크스경제학’과 ‘현대마르크스경제학’이라는 이름을 걸고 마르크스의 ?자본?과 가치론을 강의해주었던 김수행 선생과 정운영 선생 같은 분들, 그리고 그 강의실을 가득채웠던 수백 명의 동료들의 것이고, 또 앞으로 마르크스를 읽고 혹은 그의 비판 정신을 따라, 자신이 속한 시대 거리감을 느낄, 그 놀라움에서 자유를 느낄 미래 동료들의 것입니다.
내가 오늘 이 자리 초대에 응한 것은 여기가 바로 커다란 공부, 커다란 배움, 즉 대학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대학 강의실 바깥에 있지만, 마르크스의 이름으로, 대학을 지키고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대학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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