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국에 540㎿ ESS 도입…배터리 업계 `숨통` 트이나

정부가 올해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대규모 도입을 시작한다. 국내에 2038년까지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배터리 ESS 시장이 열리면서 한국 이차전지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540MW의 배터리 ESS를 전국에 도입하는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사업자가 2026년까지 ESS 설비를 구축하고 15년간 고정 가격을 적용받아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에 따라 전기를 충전하거나 공급하는 사업이다.
요구된 충전·방전(공급) 시간은 최대 6시간이다. 기준을 맞추려면 총 3240MWh 용량의 배터리 ESS를 설치해야 한다. 80kWh의 배터리를 단 고성능 전기차 4만대에 들어갈 양이다. 관련 시설 투자비는 총 1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번 사업은 배터리 ESS 사업 시장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 수급을 통제하는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운영되는 ESS 설비가 전국적으로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는 반드시 전력망의 유연성을 뒷받침하는 대규모 ESS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간 국내에서 ESS는 높은 투자 비용과 낮은 사업성, 화재 등 안전성 문제로 보급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규모와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 체계적 전력망 유연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2023년 8.4% 수준에 그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기간의 마지막 해인 2038년까지 29.2%까지 높아진다.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증가 폭이 더 크다. 2023년 30GW이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은 2038년 4배 수준인 121.9GW로 늘어나야 한다. 약 91GW의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 확충이 필요하다.
지난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2038년까지 총 23GW의 ESS 설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ESS의 양대 축인 양수발전소의 경우 현재 건설 중인 사업들을 제외하면 2036∼2038년에야 가서야 1.25GW 규모의 추가 건설이 가능하다.
2038년까지 약 20GW의 ESS를 대부분 배터리 방식의 ESS로 채울 전망이다. ESS에는 배터리 활용 외에도 공기 압축, 위치 에너지 활용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시도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규모 상업화가 이뤄진 것은 아직 배터리밖에 없다.
생산 기술 발전에 따라 장기적으로 배터리 ESS 건설 단가는 현재보다는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 시장가를 기준으로 하면 정부가 요구하는 6시간 충·방전이 가능한 20GW 출력의 배터리 ESS를 건설하는 데는 약 4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일단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가성비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한 CATL을 위시한 중국 기업들의 도전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연구회사인 로모션에 따르면 현재 중국 ESS용 배터리는 전 세계 ESS 용량의 거의 90%를 차지한다.
특히 CATL 등 중국 기업들은 합리적 가격과 낮은 화재 위험으로 대부분 배터리 ESS에 활용되는 리튬인산철(LFP)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CATL의 경우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해 LFP의 유일한 단점으로 지목된 에너지 밀도까지 획기적으로 높여 주목받았다.
일각에서 국내 태양광 설비가 대부분 중국산 태양광 패널로 덮였던 것처럼 수십조원에 육박할 배터리 ESS 산업의 성장 과실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배터리 ESS의 사업자를 선정할 때 국내 산업을 실질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장치들을 우선 두기로 했다.
산업부는 가격 요소 외에도 국내 산업 기여도와 고용 창출 효과 항목에 100점 만점에 24점을 부여해 주된 요인으로 따진다. 배터리 완제품 외에도 그 안에 들어가는 핵심 요소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인버터 등의 원산지와 조달 계획도 평가 대상에 포함했다.
아울러 ESS 사용 기간이 끝난 뒤 폐배터리 재활용성에도 점수를 부여한다. 이는 당장 중국이 강점을 가진 LFP 배터리보다 가격은 높지만 재활용 가치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 기술에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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