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의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 악기 하나로 마음을 움직이다

이정국 기자 2025. 5. 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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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소'(韶)라는 음악을 좋아했다.

중국 고대 성군 순임금 시대의 음악으로, '논어'에는 "공자가 소를 듣고 감동하여 석달 동안 고기를 찾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다.

소는 절제되고 차분한 선율로 조화를 중시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었다고 한다.

지난 23~25일 서울재즈페스티벌과 지에스(GS)아트센터의 협업으로 서울 강남구 지에스아트센터에서 열린 재즈 기타의 거장 팻 메시니의 '드림박스/문다이얼 투어' 공연은 공자가 좋아했다는 소가 혹 이런 음악은 아니었을까란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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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박스/문다이얼 투어’ 현장
25일 서울 강남구 지에스(GS)아트센터에서 열린 팻 메시니 ‘드림박스/문다이얼 투어’ 공연 뒤 관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국 기자

공자는 ‘소’(韶)라는 음악을 좋아했다. 중국 고대 성군 순임금 시대의 음악으로, ‘논어’에는 “공자가 소를 듣고 감동하여 석달 동안 고기를 찾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다. 소는 절제되고 차분한 선율로 조화를 중시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었다고 한다.

지난 23~25일 서울재즈페스티벌과 지에스(GS)아트센터의 협업으로 서울 강남구 지에스아트센터에서 열린 재즈 기타의 거장 팻 메시니의 ‘드림박스/문다이얼 투어’ 공연은 공자가 좋아했다는 소가 혹 이런 음악은 아니었을까란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일흔을 맞은 그는 기타 한대로 거대한 ‘소리의 우주’를 만들었다.

공연의 진짜 주인공은 그가 특별 튜닝한 어쿠스틱 기타였다. 25일 마지막 공연에서 메시니는 베이스 연주자 찰리 헤이든(1937~2014)과 1997년 낸 듀오 앨범 ‘비욘드 더 미주리 스카이’ 수록곡들을 어쿠스틱 기타 솔로로 재해석해 들려줬다. 그는 연주에 앞서 “찰리는 단지 중요한 음악 파트너였을 뿐만 아니라 어쿠스틱 기타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격려해준 사람”이라며 “그 덕분에 어쿠스틱 기타가 더는 일렉트릭 기타를 보완하는 부수적인 악기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하나의 중심이자 표현 수단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즉흥 연주와 웅장한 규모를 강조한 전작보다 아름답고 간결한 멜로디를 내세운 이 앨범은 메시니 음악 여정의 후반부를 대표하는 명작이다. 헤이든의 어머니를 위해 만든 ‘왈츠 포 루스’와 영화 ‘시네마 천국’ 주제곡 ‘시네마 파라디소 러브 테마’ 선율이 연달아 흘러나오자 객석 여기저기서 “아” 하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애초 베이스 사운드가 도드라진 곡들이지만 기타 한대로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그가 특별 튜닝한 기타 덕분이었다.

메시니는 “바이올린·비올라·첼로의 음역을 한대의 기타가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스 같은 풍부한 저음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2003년 앨범 ‘원 콰이어트 나이트’부터 이 특별 튜닝한 바리톤 기타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발매한 ‘문다이얼’은 그가 이 기타로 월드투어 중 호텔 방 안에서 녹음한 음원으로 채워졌다.

4개의 넥과 42개의 현을 가진 ‘피카소 기타’. 팻 메시니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는 기타로 어디까지 소리를 낼 수 있나 실험하는 과학자 같았다. 1984년 캐나다의 기타 제작자 린다 맨저에게 의뢰해 만든 ‘피카소 기타’도 공연 도중 선보였다. 4개의 넥과 42개의 현으로 이뤄진 기타의 모습이 마치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프처럼 명료하고 공명 깊은 소리가 공연장을 울렸다.

그가 기타를 향해 박수를 유도했을 정도로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한 공연이었지만, 종반부에선 2010년부터 실험 중인 ‘오케스트리온 프로젝트’도 선보였다. 그의 기타 연주에 맞춰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장치가 자동 합주를 하는 것으로, 일종의 로봇 연주 같은 개념이다. 처음 공개됐을 때 재즈에 접목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번 공연에선 연주의 섬세함을 향상시킨 모습이었다.

처음 기타를 잡는 계기를 만들어준 비틀스에 대한 헌사도 인상 깊었다. 10살 때 토크쇼 ‘에드 설리번 쇼’에 나온 비틀스를 접하고 가업으로 이어오던 트럼펫 연주를 포기한 일화를 들려준 메시니는 비틀스의 명곡 ‘히어, 데어 앤드 에브리웨어’와 ‘앤드 아이 러브 허’를 기타 솔로로 풀어냈다.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겨 30분 넘게 이어진 앙코르 무대의 대미는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였다. 단순하고 조화롭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 무엇인지 증명한 명연주가의 명연주였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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