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12%... ‘사법권 장악’ 베네수엘라 독재가 부른 결과
투표소엔 시민보다 군인이 더 많아

독재 정권이 사법부 핵심 대법원을 장악한 채 치러진 남미 베네수엘라 총선·지방선거 투표율은 10%대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포바에 등 남미 언론은 25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선거 투표소에 유권자보다 군인 등 당국 관계자가 더 많았으며, 최종 투표율은 12.51%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현직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해 대선 투표율(약 59%)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날 베네수엘라 각지에 설치된 투표소 상당수는 유권자들로 긴 행렬이 이뤄지긴커녕 텅 비어 있었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은 투표율을 높이려 선거 시간을 한 시간 연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현지 트럭 운전사 카를로스 레온은 AP에 “나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벌어졌던 일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날 베네수엘라 유권자들의 투표 보이콧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현지 여론조사 업체 델포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조사한 결과 유권자 15.9%만이 이번 선거에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불투표 의사를 밝힌 응답자들은 “선관위가 신뢰를 잃었다” “투표의 의미가 없다” “(지난해) 대선에 이은 투표 조작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 기틀을 다졌다고 평가받는 군부 출신 우고 차베스가 2013년 재임 중 암으로 사망한 뒤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이래 12년간 사실상 독재 정권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대선 당시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악화한 국가 경제와 야권 탄압 등에 반발한 유권자들이 새벽부터 투표장에 나와 야권 후보 우루티아에게 표를 던졌지만 당국의 ‘깜깜이 개표’ 결과 마두로가 51%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발표됐다. 우루티아가 마두로에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난 사전 여론조사 및 출구조사 결과와 대치되는 결과였다. 미국·유럽연합(EU)뿐 아닌 페루·브라질 등 같은 남미 좌파 정부들도 일제히 “선거의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마두로는 헨리 팔콘 전 라라 주지사와 맞붙은 2018년 대선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을 받았다. 국영 매체를 동원한 선거 운동, 빈곤층 투표 매수 등 선거법을 위반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지만 대법원은 관련 소송 심리를 거부하고 마두로 편을 들었다. 미국 등 서방 정권 대부분이 당시 선거 이래로 마두로를 공식 국가원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의 사법부 장악은 1999~2013년 재임한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부터 거슬러 내려온다. 차베스는 집권 직후 ‘사법 개혁’을 빌미로 여당 우위였던 국회가 대법관을 선출하도록 했다. 이후 2004년 대법관 수를 기존 20명에서 32명으로 늘렸고, 늘어난 12명 전원을 친(親)정부 성향 인사로 채웠다.
무분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입법부 국회가 여당에 지배된 데 더해 친정부 인사로 포진된 사법부가 부정선거, 야권 탄압 등 정권이 휩싸인 여러 논란을 무시하면서 좌파 독재 정권이 철옹성처럼 굳건해진 상태다. 이날 선거를 이틀 앞두고 베네수엘라 수사 당국은 야권 지도자 후안 파블로 과니파 전 국회부의장 등 반정부 인사 수십 명을 테러 음모 혐의 등으로 잡아들였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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