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 마늘이 사라진다’ 너도나도 포기 씨마르는 남도종
고령화에 인건비까지 농가마다 아우성

"우린 늙어가고 일할 사람은 없고. 남도종 인기도 예전만 못하고…."
제주가 주산지인 남도종 마늘이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재배 면적도 해마다 줄면서 씨가 마르는 절종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국내에서 재배하는 마늘 품종은 크게 한지형과 난지형으로 구분한다. 이중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난지형은 다시 남도종과 대서종으로 나뉜다.


제주산 남도종은 작지만 맵고 알싸한 맛을 낸다. 특유의 강한 맛 때문에 양념용으로 널리 쓰인다. 김치를 담글 때 대부분 남도종이 쓰인다.
하지만 수입산이 밀려들고 기호가 바뀌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점유율은 7~8% 수준으로 추락했다.
실제 도내 마늘 재배 면적은 2014년 2634ha에서 2016년 2125ha, 2018년 1964ha, 2020년 1879ha, 2022년 1260ha, 2024년 1088ha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올해 예상 면적은 909ha다. 불과 5년 사이 도내 마늘밭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같은 기간 생산량도 3만3939t에서 1만3167t으로 61% 감소했다.


재배 면적 감소는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마늘은 유독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한다. 인구 감소에 노령화까지 더해지면서 마늘 농사를 지을 인력 자체가 줄고 있다.
품종의 특성상 농가마다 수확 시기가 겹쳐 외부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인력 대란에 인건비까지 치솟으면서 단위 면적당 영농비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대응책으로 품종 전환과 기계화가 거론되지만 이마저 녹록치 않다. 남도종을 대서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건조 시설 등 인프라 확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남도종은 밭에서 13일가량 말린 후 출하한다. 반면 대서종은 수확 후 3일 이내 건조 시설로 옮겨 약 한 달간 건조해야 한다. 제주의 기후 특성상 적용이 쉽지 않다.



대정읍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박태환 상모2리 이장은 "일할 사람도 없고 인건비는 오르고, 결국 농사를 해도 돈이 안 되니 마늘밭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박 이장은 "농가마다 마늘 농사 대신 양파나 양배추, 블로콜리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제는 월동채소 대란을 걱정해야할 처지가 됐다"고 토로했다.
실제 상당수 농가가 마늘 대신 양파 재배에 나서면서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다. 2020년 2만9363t이던 양파 생산량은 2021년 3만t을 웃돌며 처음 마늘 생산량을 넘어섰다.
올해 마늘 가격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농가에서는 재고 부족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기상 영향 탓에 성장도가 떨어져 상품 대신 중품이 대폭 늘었다.
강성방 대정농협 조합장은 "고령화와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계화로 가야한다"며 "파종은 물론 수확 단계에서도 기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