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 예술가' 추사 김정희, 전통과 현대를 잇다

임창희 2025. 5. 2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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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디자이너 함지은의 '사야'. 사진=경기문화재단

"추사체는 하나의 형식이 아니다. 출발부터 성숙과 개화 그리고 완성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변화의 물결을 타는 유동(流動)의 세계였다." - 미술사학자 최열

'전위 예술가'로서의 추사 김정희의 모습을 발견하고 현대에 이어진 그의 실사구시, 법고창신의 정신을 되새겨보는 전시가 남양주 실학박물관과 과천 추사박물관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과 과천 추사박물관, 제주 추사관은 각 기관의 특성과 지역 문화를 반영해 추사의 유산을 다층적으로 소개하는 '2025 추사 연합전'을 진행한다.
 
레터링 디자이너 김현진의 '유희삼매', '괴'. 사진=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 '추사, 다시'

가장 먼저 전시를 시작한 실학박물관은 오는 10월 26일까지 '추사, 다시'라는 주제로 전시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에는 강병인, 김현진, 양장점(장수영, 양희재), 함지은, DDBBMM(김강인, 이윤호) 등 5팀의 현대 작가들이 참여해 추사 김정희라는 인물과 그가 펼쳤던 사상과 조형을 현대 타이포그래피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전시는 총 2부로 나뉘어 추사의 작품과 동시대 시각예술가의 작품이 가진 상호 관계성을 관객 스스로가 연결 지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1부 '추사'에서는 '소봉래의 난', '세한도', '유희삼매' 등 추사의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전시되는 '세한도'는 제주 추사관에서 소장 중인 영인본(원본을 사진 촬영한 후 과학적 방법으로 복제한 것)으로, 14.7m에 달하는 두루마리 전체를 펼쳐서 전시함으로써 작품 전체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강병인 작가의 '잔서완석루'. 사진=경기문화재단

2부 '다시'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 디자이너들이 추사의 사상과 조형을 '타이포그래피'를 중심으로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신작을 소개한다.

한글 서예가로서 한글의 뜻과 형태의 상호 관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강병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추사의 '잔서완석루'를 한글로 쓴 작품과 '세한도'에 담긴 사유를 바탕으로 한글 '솔'을 소나무의 성장 구조에 맞춰 재해석한 '늘 푸르른 솔'을 선보인다.

레터링 디자이너 김현진은 추사의 '유희삼매'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글자를 옭아매고 있는 가독성이란 숙명적 굴레를 벗어버리고 일탈적 조형 실험을 감행한다. 놀이의 경지에 이른 듯한 자유로움을 지닌 추사의 김정희의 예술의 경지를 이어받아 반복적으로 그려낸 글자들을 통해 익숙한 문자 속에서 낯선 생명성을 발견할 수 있다.
 
디자인듀오 양장점의 '자형동원'. 사진=경기문화재단

디자인 듀오 '양장점'은 서예와 그림은 하나의 뿌리라는 서화동원(書畵同源)의 개념을 확장한 입체 조형작품 '자형동원'(字形同源)을 소개하며, 책 디자이너 함지은은 두 글자로 이뤄진 추사의 작품 '사야'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선보인다.

DDBBMM은 도장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추사의 면모에 주목해 추사의 '불인선란도'를 소재로 글, 글씨, 그림, 도장의 시서화인(詩書畵印) 일체를 이루는 설치 작품을 내놓았다.

이번 전시의 총괄 기획을 맡은 석재원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추사는 해박한 타이포그래피 이론가이자, 파격적 타이포그래피 세계를 구축한 전위 예술가라고 볼 수 있다"며 "추사 김정희가 구축한 문자 조형을 현대의 관점에서 자유롭게 해석해 보는 시도는 우리 고유의 미의식과 현대의 시각예술을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듀오 DDBBMM의 '시서화인' 시리즈. 사진=경기문화재단

◇과천 추사박물관, '추사를 품다'

과천 추사박물관은 추사의 과천시절 작품과 추사의 예술세계를 계승한 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추사를 품다'를 오는 10월 말까지 진행한다.

전시는 '추사와 그 제자', '추사를 사숙하다', '현대 작가가 본 추사' 등 3부로 구성됐다.

1부 '추사와 그 제자'에서는 선면 예서 '한예일자', 시경 탁본 등 추사의 대표작과 함께 조희룡의 묵란도, 허련의 8폭 산수 병품 등이 함께 전시된다.

이어지는 2부 '추사를 사숙하다'에서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까지 활동한 이한복, 손재형, 서병오 등 6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이 추사에 대해 탐구하고 각자가 소화해 낸 추사 예술의 정수를 풀어 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 3부 '현대 작가가 본 추사'에서는 과천과 인연을 가진 여인숙, 이동원, 이관우 작가의 개성넘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박물관은 다음달 14일 '도전! 추사 장원급제'를 비롯한 전시연계 체험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며, 그 다음주 토요일(6월 21일)에는 전시 참여 작가들의 토크 콘서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임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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