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정권’ 대법원 판결에 분노한 시민들 “선거도 못 믿겠다”
총선·지방선거날 투표소 ‘썰렁’
선관위, 투표시간 1시간 연장
마두로, 대법관에 친정부 인사
12년간 사법 통한 독재 합법화
야권 인사들 고강도 정치탄압도

“선거를 믿을 수 없다.”
25일(현지시간) AP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국회의원 285명과 주지사 24명을 선출하는 총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진 베네수엘라 각 지역 선거구 투표소는 주민 대표를 뽑는 선거일임에도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수도 카라카스의 한 투표소 근처에 서 있던 트럭 운전사 카를로스 레온은 “나는 투표하지 않겠다”면서 “선거 당국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투표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투표 보이콧은 베네수엘라 야권의 동참 촉구까지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AFP통신은 선거 보이콧이 확산하며 “이날 정오까지 산크리스토발, 바리나스 등 전국 투표소에서 소수의 유권자만 투표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볼리바르주 한 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투표 관리 위원들이 외부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현지 언론 인포바에는 베네수엘라 여론조사기관 메가아날리시스를 인용해 이날 투표율이 12.51%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낮은 투표율은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시행한 현지 여론조사업체 델포스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투표할 의향이 높다고 답한 유권자는 15.9%에 불과했다.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자의 27.4%는 ‘선관위가 신뢰를 잃었다’고 답했고, 23.9%는 ‘투표의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14.4%의 응답자는 대선에 이은 투표 조작 우려를 표명했다.
투표율이 극도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자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투표 시간을 1시간 더 연장했다. 여권 인사들도 선거를 독려하며 투표율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투표 보이콧을 선동하는 야당을 비판하며 “이 캠페인을 벌인 이들은 아무것도 아니며 베네수엘라는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유권자들의 선거 불신은 지난해 7월 대선 이후 뚜렷해졌다. 마두로 대통령과 야당 대선 주자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맞붙은 지난 대선 투표율은 유권자들의 정권심판 의지에 57.90%를 기록했다. 하지만 개표 종료 전에 선거관리위원회는 마두로 대통령의 3선을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안팎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지만 친(親)마두로 정권 인사로 채워진 대법원은 대법원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개표 결과에 문제가 없다’며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 선언을 한 카리슬리아 로드리게스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12일 미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후 유권자들 사이에서 선거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대통령 전임인 우고 차베스 대통령 집권 당시 2004년 대법관 수를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리면서 이 자리에 모두 친정부 인사를 앉혔다.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마두로 대통령도 2013년 취임 이후 친정부 인사를 대법관으로 앉히고 이들의 임기만 선택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사법부를 정권의 시녀로 만들었다. 그는 친정부 법관들의 기울어진 판결에 힘입어 12년 넘게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 권력을 등에 업고 정치 탄압 강도도 높이고 있다. 이번 선거 이틀 전 야당 정치인 후안 파블로 과니파는 “폭탄 테러 등 사회 혼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이처럼 마두로 정권이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로 만들면서 선거 제도 자체가 의미를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혜진·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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