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기획전 ‘열 개의 눈’ 보러 오세요!
첫 ‘접근성’ 전시…미술관 공공성 강조
장애·비장애 예술가 20명 70점 전시
2년에 걸친 기획, 올해 마무리 본전시
감각 스테이션 등 연계 프로그램 다양



부산 현대미술관이 ‘다원예술’ 집중 조명에 이어 최초로 시도하는 본격적인 배리어프리 전시 ‘열 개의 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달 3일 개막해 오는 9월 7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1층 전시실4와 로비에서 장장 121일간 이어지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국제 기획전 ‘열 개의 눈’은 장애·비장애 작가들이 참여하고, 장애·비장애 모두의 관람객을 위한 전시이다.

이번 전시 기획을 담당한 박한나 학예연구사는 “미술관의 접근성을 도입하기 위해 2개년 프로젝트로 기획했다”고 설명한 뒤 “전시와 프로그램을 결합한 프로젝트 형식으로 장애인·비장애인 간의 교류의 장을 열고, 그다음에 다양성을 품는 실천의 장으로서 미술관의 공공성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2024년 한 해 동안 1~3단계 프로젝트를 운영했는데, 1단계는 다양한 몸과 감각을 탐구하는 프로젝트 개발이고, 2단계는 6개의 프로젝트를 장애·비장애인 개인과 단체가 함께했다. 3단계는 그 결과를 관외 배리어프리 전시로 열었고, 올해 최종 4단계로 국제 기획전 ‘열 개의 눈’을 오픈하게 되었다. 전시명 열 개의 눈은 열 개의 손가락을 두 눈에 비유한 은유로, 감각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나이, 신체 조건,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함을 암시한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도 “지금까지 미술관이 시각·청각 장애인이나 시니어에게 열려 있었는가, 모두에게 평등한 미술관이었는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그렇다고 할 수 없다”면서 “선천적·후천적 장애뿐 아니라 노화로 인한 신체적·인지적 기능 저하로 오는 장애는 사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산은 아시다시피 광역시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이다. 모쪼록 이런 미술관 접근성 향상 전시를 통해 어린이나 청년 위주의 미술관 문화가 장애인과 시니어 층으로 확대되면서 미술관이 다양성·포용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시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다수의 출품작이 시각이나 청각 등 주류 감각이 제한된 채 만들어져 소수자들의 감각과 세계를 상상하도록 이끌었다. 작품 중에는 눈을 가린 상태에서 손가락의 반복된 움직임을 실험하며 예술의 지평을 넓힌 미니멀 아트의 거장 로버트 모리스(미국, 작고)를 비롯해, 갑작스러운 뇌출혈 이후 왼손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와 시각예술작가 송지은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 ‘라움콘’의 ‘한 손 프로젝트’, 시각을 잃은 이후 변화된 감각 체계로 인간과 동물의 위계를 허물길 시도하는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미국) 등의 작업이 눈길을 끈다.



이 외에도 지난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김덕희, 김은설, 홍보미, 조영주, 엄정순, SEOM(서하늬·엄예슬) 등 총 6명(팀)의 작가가 지속해서 참여하면서 심화된 접근성 개념을 가지고 신작을 만들었다. 이 중 김덕희는 온도에 따라 녹고 굳는 파라핀 성질을 이용해 분열의 이면에 잠재된 회복의 가능성을 대형 설치 작품으로 표현하고, 엄정순은 눈동자와 망원경이라는 두 대상을 결합해, 시각에 내포된 양가적인 의미를 드러낸다. 한편, 전시장 내에는 ‘감각 스테이션’(Sensory Station)을 설치해 수어·촉각·오디오 해설 등 관객 맞춤형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또한 전시 설명을 웹툰 형식으로 제작하고, 비디오 스크리닝과 다큐멘터리 상영을 통해 더욱 포괄적인 이해를 돕는다. 박 학예연구사는 “정상의 틀에서 배제되어 온 인들의 감각을 통해 세계를 다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안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감각을 상상해 보기를 권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