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월급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용산04번 최연소 기사 동행
“하루 10시간 근무하지만
시내버스 처우 60%, 열악”

“아이씨 또! 아 진짜…. 쯧, 정말.”
불쑥 끼어든 오토바이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게 된 용산04번 마을버스 기사 어창열(23) 씨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빵’ 승객들의 한쪽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로 경적이 울렸다. 그는 서울시 마을버스 기사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어씨가 운전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그의 근무 환경을 들여다봤다.
“이런 상황이 하루에 20번씩은 있어요. 오토바이든 택시든 버스 앞으로 훅 들어오는 게 있으면 어찌 됐든 우리는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그러다 승객들이 넘어질 수 있잖아요. 예민해지는 거죠.”
사고를 피하고 나니 가파른 오르막길이 등장했다. 큰 S자를 그리며 숙명여대, 초등학교, 어린이 보호구역 등을 차례로 지나 다다른 곳은 청파동 만리시장. 차도가 좁은 데다 도로 가장자리마다 냉동탑차, 오토바이 등이 줄지어 주차돼 있어 어씨의 신경이 곤두섰다. 갑자기 무단횡단하거나 차도로 튀어나오는 사람들도 피해야 했다.
어씨는 이렇게 서울역 서부에서 출발해 효창공원→대한노인회중앙회→용산경찰서→남영역→숙대입구역 등을 거쳐 다시 서울역 서부로 돌아오는 노선을 하루 7~8시간씩 동안 순회한다.
전장(차량 길이) 9m짜리 중형버스라지만, 매일 이면도로를 누비는 것은 기사들에게도 고역이다. ‘시간 압박’에도 시달린다. 어씨는 “교통상황이 어떻고 승객이 얼마나 많이 타고 내리는지에 상관없이 마을버스는 무조건 정해진 시간(50분) 안에 노선을 한 바퀴 다 돌아야만 한다”면서 “한가한 시간대면 5~6분 정도 쉴 수 있는데 출퇴근 시간 같이 승객과 차량이 모두 몰릴 때는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종점 들어오자마자 다시 나가기 일쑤”라고 말했다.
보기 드문 ‘20대 기사’인 어씨는 마을버스 운전 1년 경력을 채우고 나면 시내버스로 옮겨갈 계획이다. 그는 “대표님도 내가 시내버스로 넘어갈 예정인 걸 잘 알고 있으시다”며 “오히려 나한테 ‘여기서 사고만 치지 말고 (시내버스업체로) 가’라고 말씀하시더라. 마을버스 관계자라면 ‘젊은 사람들은 시내버스로 가기 위해서 마을버스를 거쳐 간다’는 사실을 다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을버스업체들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낮은 처우 ▷빡빡한 일정 ▷난코스 운전 등 환경이 열악하기로 악명이 높다 보니 운전기사의 이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가 닿지 못하는 골목을 누비며 교통 공공재 역할을 하는 마을버스지만 정작 운전할 기사는 부족하다.
26일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마을버스 운전기사는 ▷2020년 3261명 ▷2021년 2992명 ▷2022년 2843명 ▷2023년 2851명 ▷2024년 2836명으로 최근 5년 동안 운전기사 수가 약 13%(425명) 감소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마을버스 운수종사자 수는 3007명으로 적정인원 3517명과 비교하면 크게 못미친다.
주된 이유는 ‘시내버스에 비해 낮은 처우’다. 서울시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월평균 급여는 지난해 기준 316만8650원으로 서울 시내버스 4호봉 평균(근속 8년 기준)인 523만원의 약 60.5% 수준에 불과하다.
‘쉴 틈 없는 일정’도 마을버스 기사의 이탈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70대 A씨는 “담배 한 대 물 시간이 생기면 운이 좋은 거고 보통 같으면 화장실만 겨우 갔다 올 정도의 시간밖에 없다”라고 했다.
‘베테랑도 운전하기 어려운 환경’도 부담이다. 20년 동안 시내버스를 몰다 정년을 채우고 9년 전 마을버스로 넘어왔다는 윤석찬(76) 씨는 “마을버스가 운행거리는 짧아도 동네 골목골목을 다니기 때문에 시내버스보다 훨씬 더 좁고 복잡한 길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마을버스 업체 대표 A씨는 “돈은 적게 버는데 일은 일대로 힘드니까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시내버스나 배달업계로 많이 빠지고 마을버스엔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사 고령화는 진행형이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서울 마을버스 기사 중 ‘60대 이상’ 비율은 63.57%(1889명)인 반면 ‘20~30대’는 9.76%(290명)로 10%도 채 되지 않는다.
서울시와 조합의 인력난 해소 노력에도 상황은 쉽지 않다. 지난해 조합의 건의로 서울시가 외국인 운전기사 채용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고용노동부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인력난은 배차간격과 운행횟수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 마을버스 운행률은 2019년 말에 비해 24% 줄었다. 운행횟수 감소는 승객감소로 또 이어진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117만명이었던 일평객 승객수는 2020년 이후 80만명대로 내려앉았다.
박병국·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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