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중진국 함정’을 넘은 이유 [최재붕의 AI생존코드]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 2025. 5. 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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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위 강국에 AI도 6위에 꼽혀…‘미친 꿈’을 현실로 만든 나라
교육열과 제조 열정, 보통사람들이 일군 K드림…다음은 누구 몫인가 

(시사저널=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

이제 6월3일 대선의 모든 후보가 정해졌다. 선진국의 대통령선거라면 미래 지도자를 뽑는 즐거운 축제가 되어야 마땅하겠지만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온통 혼돈과 무질서가 난무하는 싸움판 형국이다. 타협과 화합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 지도자들이 온통 권력 쟁취를 위한 진흙탕 싸움판만 벌이면서 국민의 마음도 양극단으로 갈갈이 찢어놓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들이 있다. 세계적 언론사인 포브스가 2025년 세계 10대 강대국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놀랍게도 한국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데이빗 레이브스타인 교수팀이 주도한 이번 평가는 리더십·경제적 영향력·정치적 힘·국제 동맹·군사력 등 다섯 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러시아, 4위 영국, 5위 독일, 6위 한국, 7위 프랑스, 8위 일본 순이다. 한국을 빼면 이들은 1, 2차 세계대전 주요 참전국이다. 조선이 망할 때 우리 운명을 일본의 식민지로 결정했던 핵심 국가들이다. 그 한가운데 대한민국이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다니, 120년 현대 인류사의 유일한 기적이라 할 만하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엉망진창' 정치, '압도적' 경쟁력

강대국 랭킹뿐만이 아니다. 요즘 산업계의 핫이슈인 AI 분야에서도 꾸준히 5~7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9월 영국의 토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는 '2024년 글로벌 AI 지수'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6위로 꼽았다. 1, 2위는 압도적 차이를 보인 미국과 중국이었다. 이어 3위 싱가포르, 4위 영국, 5위 프랑스, 6위 한국, 7위 독일, 8위 캐나다, 9위 이스라엘 등은 순위는 달라도 근소한 차이만을 나타냈다. 3~10위의 '2nd Tier' 국가 중 향후 산업화를 위한 반도체와 제조업 생태계, 그리고 국가 고유의 국민 플랫폼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다른 선진국들은 안정된 정치 상황에서도 갖추기 힘들었던 미래 산업 경쟁력이 한국에서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가능했을까?

2024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중진국의 함정'이라는 보고서에는 그 해답이 될 만한 자료가 하나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의 높은 교육열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선진국에서 중진국으로 추락한 나라는 있어도 중진국의 함정을 뚫고 국민소득 3만5000달러 이상 선진국으로 진입한 국가는 한국과 대만밖에 없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석해 놓은 게 이 보고서다. 한국이 성공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이 높은 교육열이다. 한국은 이미 1980년에 고교 졸업률이 70%에 이르렀다. 대다수 중진국은 여전히 30%대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은 대학 진학률 80%의 과열 시대로 진입했다. 그만큼 국민 모두가 자기계발에 진심인 나라다. 한국의 기적 같은 성장을 만든 에너지도 바로 이 '잘살아보겠다'는 보통사람들의 열정이다. 결코 버릴 수 없는 미래 핵심 자산이다.

한국은 대만과 함께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반도체는 AI 시대에 모든 국가가 열망하는 최고의 핵심 산업이다.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제조업은 특이하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고 자동차도 작년 현대기아가 토요타에 이어 세계 2위 실적을 달성했다. 가전 산업도 중국에 추격당하고는 있지만 당당히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통적인 조선과 중공업도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고 철강 산업이나 중화학공업은 중국에 밀려 고전 중이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자체적으로 짓고 수출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을 강대국으로 만들어준 방위 산업은 더욱 놀랍다. K9이 전 세계 자주포 시장의 50% 이상을 휩쓰는가 싶더니 이제 첨단 전차와 미사일, 전투기에 잠수함까지 해외 수출에 성공하고 있다. 오만한 트럼프조차 한국에 국방 분야 조선업 협력을 요청할 정도다. 

K산업을 움직이는 이름 없는 영웅들

또 그 어렵다는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그걸 기본으로 현무라는 엄청난 파괴력의 미사일까지 개발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어느 나라도 다양한 제조 분야에서 이 정도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나라는 없다.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걸까? 일찍이 이건희 회장은 1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경영 철학을 설파한 적이 있다. 지금의 세계경제를 보면 너무나 명확한 분석이다. 그런데 제조업에서는 1명의 천재가 그냥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10만 명의 열정적인 보통사람들이 천재를 믿고 달려들어야 산업화를 이뤄낼 수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만 해도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다양한 형태로 협업하며 성과를 내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분야마다 수만 명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이 열정으로 뭉쳐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달려왔다. 학력, 학벌과 상관없이, 중소기업과 대기업 상관없이, 필요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 일본, 독일로 무조건 찾아갔고 기술 카피에 위장취업까지 가리지 않고 독립전쟁처럼 달려들어 결국 성공해 냈다. 그렇게 수십 년간 한국은 수많은 영웅의 신화 같은 기술 창조 이야기를 쌓아갔다. 이 보통사람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든 진정한 영웅들이다.

중국은 인구가 워낙 많으니 산업 분야마다 엄청난 인원과 자본을 투입해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중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보다 앞설 게 분명하다. 중국 산업 대부분이 한국과 겹치는 제조업이니 중국이 흥하면 우리는 망한다. 우리가 흥한 분야에서 일본이 모두 망했으니 중국 탓을 할 처지도 못 된다. 도태되면 사라지는 게 인류 역사의 오랜 교훈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내려면 이 영웅들의 열정이 지속되도록 잘 키워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이 열정의 DNA를 내려줘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열심히 협력하고 노력한다면 미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K드림을 심어줘야 한다. 분명한 팩트는 우리가 지난 30년간 이 지구상에서 미친 꿈을 현실로 가장 많이 만든 나라이고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 국민, 보통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미 기적을 만들어본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조금만 더 양보하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꿈이다. 어차피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치에 기대할 것은 없어 보인다. 방해만 되지 않길 바란다. 먼 미래겠지만 진심으로 이 위대한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를 꿈꿔본다. 이 미친 꿈도 언젠가는 이 땅에서 꼭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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