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풀, 박현경은 예술이었다 - PGA 찰스 슈와브 챌린지 관전기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45>

예술이란 무엇인가?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거나 추구하는 것을 예술로 여겼고,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은 조화와 균형,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현대에 와서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질문을 던지고, 불편함과 직면하게 만들고,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고, 감정의 진폭을 일으키는 것을 포함하게 되었다. 현대에 와서 예술개념이 복잡해지면서 이제는 ‘예술이다’라는 말이 무조건적 칭찬이 되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어원적으로 예술의 ‘예(藝)’는 심고, 가꾸고, 익히는 농사와 관련된 말로 어떤 것을 정성껏 기르는 행위를 의미한다. ‘술(術)’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기교와 방법을 뜻한다. 즉 예술은 정성껏 가꾼 기술,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숙련된 행위와 그 결과를 뜻한다.
영어의 art도 같은 맥락이다. 라틴어 ARS는 솜씨와 기술을 의미하며, 인도유럽조어의 ar는 맞추고, 정리하고, 배열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어원에 근거하면 art는 조화롭고 의도된 구조를 만들어 내는 능력, 형식과 질서를 만들어 내는 힘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대에는 회화나 조각뿐만 아니라 수사학, 음악, 전차 운전과 요리가 모두 art에 해당하였다. 예술의 어원을 따라가서 판단한다면, 어머니의 김치찌개와 골퍼의 숙련된 샷이 예술이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2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콜로니얼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PGA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벤 그리핀(미국)이 12언더파로 마티 슈미트(독일)를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그리핀은 보기 4개를 기록하며 1오버파를 쳤고, 슈미트는 보기 6개와 더블 보기 1개를 기록하며 2오버파를 쳤고, 니키 파울러는 보기 4개와 더블보기 1개를 기록하며 4오버파를 쳤다.
마지막 라운드 18홀을 플레이한 78명의 선수 중에서 보기 없는 경기를 펼친 선수는 2명밖에 되지 않았다. 2/78이 18홀 무보기 경기의 확률이었던 셈이다. PGA투어에서 18홀 한 라운드를 보기 없이 마무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PGA투어에서는 72홀 노보기 경기는 두 번밖에 없었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보다 더 어려운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리 트레비노(미국)가 1974년에 그레이터 뉴올리온스 오픈에서, J.T. 포스턴(미국)이 2019년에 윈덤 챔피언십에서 기록했을 뿐이다.
호아킨 니만은 2021년에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72홀 동안 보기를 기록하지 않고 공동 선두로 마쳤으나, 연장전 첫 홀(73번째 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우승에 실패했다. 한 대회를 온전히 보기 없이 마무리한 것이 아니어서 세 번째 선수로 기록되지 못했다. 타이거 우즈는 2000년에 두 대회에 걸쳐서 110홀 동안 보기 없는 경기를 펼쳤지만, 한 대회를 보기 없이 우승하지는 못했다. 그는 WGC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챔피언십에서 71홀 동안 보기를 기록하지 않았으나, 마지막 18번 홀에서 보기를 범해 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LPGA에서는 고진영이 2019년에 CP위민스 오픈에서 72홀 노보기 경기로 우승했으며, 여세를 몰아 다음 경기 3라운드 6번 홀까지 보기를 범하지 않으면서 114홀 무보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무보기 우승은 매우 드문 일이며, 골프의 마스터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기 후에 박현경은 우승상금 1.8억 원 전액을 기부한다고 발표하여 ‘큐티풀’이라는 그녀의 별명을 골프 팬의 머리에 다시금 각인시켰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칼로스 카가토스(kalos kagatos)’라고 하며 아름다운 것과 선한 것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큐티풀’은 바로 칼로스 카가토스의 전형을 골프대회에서 보여 주었다. 그러니 이것은 어느 모로 보나 예술이었다.
노보기 우승은 ‘단순히 잘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것’의 예술인데, 그 예술은 골프 팬에게 누가 언제 어디서 달성하든지 예쁘게 보이지 않을 길이 없다.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골프: 골프의 성지에서 깨달은 삶의 교훈’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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