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發 난기류에 날개 흔들리는 한진그룹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남매의 난'으로 시끄러웠던 한진그룹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호반건설그룹이 최근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확대에 나서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호반건설그룹은 단순 투자에 불과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방어선 구축에 나서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칼은 5월15일 자사주 44만44주(0.66%)를 한진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다고 공시했다. 그 결과 자사주의 의결권이 되살아나며 조 회장 측 한진칼 지분율이 확대됐다. 다음 날인 5월16일에는 LS그룹 지주사인 LS가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향후 EB를 LS 38만7635주(1.2%)로 교환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한진그룹과 LS그룹의 연합전선은 한층 견고해졌다.

호반, 한진칼 지분 18.46%로 늘려
앞서 한진그룹은 LS그룹이 최근 체결한 '그룹 간 동반 성장과 주주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사업 협력 및 협업 강화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그룹은 사업 협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호반건설의 혹시 모를 경영권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전선' 구축이라고 평가한다. 호반건설그룹이 지난 2월부터 LS 지분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한진칼의 자사주 출연과 대한항공의 EB 인수를 호반건설그룹과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언급된 계기는 호반건설그룹의 한진칼 지분 매수에서 시작됐다. 5월12일 호반건설그룹 계열사인 호반과 호반호텔앤리조트가 한진칼 지분을 각각 0.05%와 0.96%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매수로 호반건설그룹의 한진칼 지분율은 17.44%에서 18.46%로 상승했다.
호반건설그룹은 2022년 3월 KCGI로부터 한진칼 주식을 처음 사들인 이후 꾸준히 보유 지분을 늘려왔다. 문제는 호반과 호반호텔앤리조트의 지분 매수로 호반건설그룹과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19.96%) 간 지분 격차가 약 1.5%포인트까지 좁혀졌다는 점이다.
조 회장으로선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의 한진칼 개인 지분율이 5.7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 측 지분 19.96%는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2.09%)과 여동생 조현민 대한항공 사장(5.73%), 정석인하학원(1.9%), 일우재단(0.14%), 정석물류학술재단(0.95%), 대한항공 임직원 자가보험(2.27%), 대한항공 사우회(1.09%) 지분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여기에 조 회장은 추가 지분 확보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유 주식 207만5000주를 담보로 705억원을 대출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반면 호반건설은 자금력이 풍부하다. 호반건설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711억원, 단기금융상품은 3550억원에 달한다. 호반건설그룹의 의지에 따라 지분율이 역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호반건설은 한진칼 지분 매수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의 행보를 승계와 연관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 호반건설가(家)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사장과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가 건설 부문을, 장녀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부사장이 유통과 호텔·리조트 부문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이 중 호텔·리조트 부문은 항공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호반건설은 앞서 아시아나항공 모기업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하며 항공업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호반건설은 6007억원을 제시하며 단독 입찰했다. 그러나 인수가가 채권단 하한선에 미치지 못하면서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는 최종 불발됐다.
증권가 "경영권 분쟁설은 과장"
다만 재계에서는 향후 분쟁이 벌어지더라도 조 회장의 경영권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그가 한진칼 주요 주주인 델타항공(14.9%)과 산업은행(10.58%)을 우군으로 확보하고 있어서다. 한진칼 지분 3.85%를 보유한 네이버와 GS그룹, 한일시멘트 등도 우호 주주로 분류된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과 '백기사'의 합산 지분율은 50.12%로 추정된다.
특히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결속은 단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두 스카이팀 소속인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2018년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를 체결했다. 최근에는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 지분에 공동 투자하기도 했다. 사업적으로 경쟁 항공사인 스타얼라이언스 에어캐나다에 대응하면서 관계도 강화한 셈이다.
다만 산업은행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2022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을 위해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을 확보하며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정부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은 민간기업에 대한 투자를 언젠가는 정리하는 게 원칙이다. 향후 호반건설이 산업은행으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매수할 경우 단숨에 조 회장 측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호반건설그룹과 한진그룹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분석가는 "델타항공의 경우 장기간 대한항공과 협력한 주요 항공사이고 현재 협력 구조를 고려할 때 대주주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만약 산업은행이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조 회장 우호 지분이 39.54%로 호반건설그룹과의 지분 격차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실질적으로 조 회장 측과 호반건설그룹 간 지분 격차가 크기 때문에 지분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은 작다"며 "호반건설그룹이 보유 지분을 기반으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은 있지만 대주주 변경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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