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 위 코알라… 韓·호주 문화 함께 알리려 조각”

박동미 기자 2025. 5. 2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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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호·故리디코트 2인전
두작가, 국경넘은 사위-장인 사이
“국가상징 사이좋게 지내는 상상”
최진호 조각가의 신작 ‘해치와 코알라’. 떼아트갤러리 제공

선과 악, 시비를 가르는 상상의 동물, 바로 해치다. 서울시의 상징이기도 한 해치 등 위에 코알라가 올라탔다. 암수 짝을 이룬 해치 두 마리와 코알라 두 마리.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동물 사이 어떤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걸까. 호기심에 자꾸 눈길이 간다.

서울 종로구 떼아트 갤러리에서 ‘해치, 코알라를 만나다(Haechi meets Koala)’라는 흥미로운 이름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09년 서울시 상징 해태 조각을 작업한 최진호 조각가와 집의 형태를 독특한 조형미와 색감으로 추상화한 호주 화가 로버트 리디코트(1936∼2013)의 2인전이다. 사위와 장인 사이인 두 사람은 리디코트 작가 생전에는 ‘김치, 베지마이트를 만나다(Kimchi meets Vegemite)’라는 제목의 2인전을 선보였다.

지난 23일 최 작가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베지마이트는 호주의 국민 소스인데, 한국인들에겐 여전히 낯선 단어인 것 같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후 ‘해치’와 ‘코알라’로 바꿨고, 보다 쉽고 친근하게 양국의 문화를 알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올봄에 완성한 최 작가의 신작이 주로 소개된다. 정제되고 우아한 금빛이 시선을 잡아끄는 ‘해치와 코알라’는 금색 스프레이 작업으로 색을 입혔다. 코알라를 등에 인 두 마리의 해치가 한 세트. 최 작가는 “한국의 상징 해치와 호주의 상징 코알라가 만나 사이좋게 지내는 상상의 이미지들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표현했다”고 전했다.

최 작가는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앞에 설치된 해치상을 조각했고, 소공동 조선호텔 100주년 때에는 특별 제작한 해치상을 기증했다. 또 2014년 외교부 공모에 당선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도 해치상을 설치했다. 최근엔 전통적인 조각 방식에서 벗어난 창작 실험에 몰두하고 있는데, 이번에 소개되는 ‘날개 해치’와 ‘파랑 해태’ 등이 대표적이다. 날개를 펼치고 있는 역동적인 해치, 선명한 코발트블루 컬러를 입은 새로운 느낌의 해치 등 꾸준히 변주와 응용을 시도해 온 작가의 진심과 역량을 살펴볼 수 있다.

리디코트 작가는 2000년대 말 서울 북촌에서 머물며 한국 대학에서 미술강의를 하기도 했다. 한국과 호주 양국에서 받은 미적 영감과 인상을 작품에 투영시켜 왔는데, 이번에 출품된 회화 ‘하우스’ 와 ‘빌리지’ 시리즈는 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가 상상하고 재구성한 ‘집’은 언뜻 책이 빼곡한 책장 같기도 하고, 다닥다닥 집들이 빈틈없는 어느 동네를 조망한 것 같기도 하고, 여러 색의 천을 덧댄 한국의 보자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 작가는 “장인어른은 한국의 시장과 시골 마을이 뿜어내는 강렬한 색감을 사랑하셨다. 그런 것들이 작품 전반에 녹아들어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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