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사람을 위해" 외딴 섬에 새 뱃길낸 통영시

김민진 2025. 5. 26. 09:0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인도 전락한 욕지도 부속섬
10년 전 한 가족 정착해 생활
현재 아들과 어머니 둘만 거주
통영시, 행정선 주1회 투입키로
통영시 21일부터 욕지면 본도와 초도를 잇는 신규 항로 운항을 시작했다. 초도에는 1가구 2명이 살고 있다. 통영시 제공

경남 통영시가 외딴섬에서 사는 주민 2명을 위해 새 뱃길을 열었다.

통영시는 지난 21일부터 욕지면 본도와 초도를 잇는 신규 항로 운항을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초도는 ‘환상의 섬’으로 불리는 욕지도에 속한 작은 섬이다.

전체 면적 0.45㎢, 둘레 3.8km에 불과하다.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뱃길로 2시간여 달려야 닿는 욕지도에서 다시 작은 배로 갈아타고 20분 남짓을 더 가야 초도에 발을 디딜 수 있다.

과거 풀과 나무가 많아 ‘풀섬’, ‘풀이섬’으로 불리다 ‘초도(草島)’로 명명됐다.

1970년대만 해도 120여 명이 살던 제법 큰 섬으로 마을회관, 경찰초소, 학교도 있었다.

하지만 육지에 비해 척박한 생활환경과 고립된 삶에 주민들은 지쳐갔다.

결국 자녀 교육을 걱정한 이들이 하나, 둘 욕지로 떠났고, 1994년 3가구 9명을 마지막으로 무인도가 돼 버렸다.

이후 10년 넘게 방치된 섬에 한 노부부가 새 터전을 꾸렸다.

초도의 유일한 주민이 된 김대규, 조종임 내외였다.

제주도민이던 부부는 김 씨 건강 문제로 요양차 초도에 들렀다가 아예 눌러앉았다.

당시 김 씨는 택시운전을 했는데 스트레스와 당뇨 때문에 입·퇴원을 반복하다 합병증으로 시력까지 저하됐고,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사 권유에 초도로 왔다.

그러나 초도는 여객선도 다니지 않고 전기와 수도도 없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부부는 촛불을 켜고 물동이로 물을 길어다 식수를 해결하며 하루, 하루를 버텼다.

틈틈이 집을 고치고 전기와 수도를 연결했다. 가시덩굴과 초목에 사라진 길을 다시 내고 밭을 일궈 농사도 지었다.

그렇게 꼬박 10년 넘게 땀 흘린 끝에 자급자족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흑염소 60여 마리도 방목하고 있다.

하지만 여객선이 지나지 않아 섬에서 구할 수 없는 생필품을 사거나 병원에 가려면 낚싯배나 사선(작은 어선)을 불러 욕지 본섬으로 간 뒤 다시 여객선에 올라야 했다.

본섬에서 초도까지는 직선거리로 1km 남짓이지만 선착장 간 운항거리를 고려하면 7km, 최소 15분 이상 둘러가야 한다.

주민 2명을 위해 정기여객선을 투입하기에는 선사 부담이 너무 큰 데다, 워낙 작은 섬이다 보니 대형화한 여객선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도 없다.
통영시 21일부터 욕지면 본도와 초도를 잇는 신규 항로 운항을 시작했다. 초도에는 1가구 2명이 살고 있다. 통영시 제공

그러다 통영시가 올해 소외도서 항로 운영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뱃길이 열렸다.

이는 여객선이나 도선이 기항하지 않고 대체 교통수단도 없는 섬 주민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해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신설 항로는 욕지도 본섬과 초도를 오가는 7km, 편도 15분 구간이다.

욕지면사무소 행정선인 경남705호(23t, 15인승)를 투입해 주 1일 2회 왕복한다.

주민 편의를 고려해 별도 요일을 특정하지 않았다.

운항 요청이 있으면 선장과 상의해 배를 띄우는 방식이다.

필요시 증편 운항도 가능하게 했다.

현재 초도에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김 씨를 대신해 아들이 모친 곁을 지키고 있다.

통영시는 작년 3월에도 같은 사업을 통해 산양읍 오곡도 항로를 개설했었다.

오곡도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하루 2회 왕복하고 있다.

통영시 관계자는 “지역 균형 발전과 교통복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교통 소외 지역 주민 이동권 보장을 위해 항로 개설과 운영 지원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