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과거 영화'와의 작별이 필요하다...퇴직 이후 제 2의 인생이란?<일상이 뉴스다!>

<일상이 뉴스다!>
몇 해 전부터 ‘형, 동생’하며 친하게 지냈던 출입처 분들이 퇴직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도 나이를 먹어갑니다.
세월이 이렇게 빠릅니다.
팀원에서 팀장으로, 팀장에서, 과장으로, 과장에서 국장으로 승진을 하려고 안달복달했던 분들이 벌써 퇴직이라니....
출입처에 나가 가끔씩 사무실을 찾으면 반겨주셨던 분들이 퇴직을 하면 그 빈자리만큼 마음 한켠이 ‘뻥’ 뚫린 허전함이 밀려옵니다.
그런데 퇴직하신 분들의 마음은 더 황량할 것입니다.
실제 퇴직 이후에 우울증이 와서 두문불출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아예 전화번호를 바꾸고 연락을 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최근 비교적 높은 공직에서 퇴직을 한 두 형님을 각기 다른 술자리에서 뵀습니다.
한 형님은 올해 초 퇴직을 했는데 글쎄 ‘일주일도 안돼 심심하다’고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듯한 말을 하시더군요.
여기 또 다른 형님의 사연은 교훈이 있습니다.
이 형님은 공직 말년부터 꼼꼼히 퇴직 준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것저것 배워 자격증도 땄습니다.
그 가운데는 꽤 유용한 자격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퇴직 이후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자격증이 있어도 찾아 주는 곳이 없으니 말입니다.
한동안은 외지에서 자격증으로 사무실도 차렸지만 실패로 끝났습니다.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서 한 선택은 의외였습니다.
생산직으로 재취업한 것입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아.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하는 자리래.”
그 얘기를 몇 달 전 듣고 제가 한 말입니다.
지난주 이 형님을 술자리에서 만났습니다.
일을 마치고 오시느라 우리보다 30분가량 늦게 도착하셨습니다.
저쪽 입구에서 우리 쪽으로 걸어들어 오시는데 처음에는 몰라봤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보다 몸이 더욱 날렵해졌고 훨씬 젊어졌기 때문입니다.
“형님! 얼굴이 왜 이렇게 좋아졌어요. 몰라보겠네.”
다들 한마디씩 했습니다.
술이 몇 순배 돌고 취기에 오르자 여쭤봤습니다.
“형님! 생산직으로 일하는 게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당연하지, 조금 힘들었지. (자존심을) 내려놓는데 석 달 정도 걸리더군.”
다니시는 공장에 관해 이것저것 더 여쭤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곳에서의 인간관계였습니다.
“우리 공장 사람들, 젊은 사람도 있고 일흔이 훨씬 넘은 사람도 있어. 그런데 (불문율처럼)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묻지는 않아.”
과거심 불가득(過去心 不可得), 금강경에 나오는 구절처럼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를 중요시하는 삶의 자세라고 느꼈습니다.
옆에 있던 제 친구가 말에 양념을 쳤습니다.
“형님! 저는 나중에 퇴직하면 개인택시 사서 돈 벌 생각이에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면 이렇게 일하는 것 오래가지 않아.”
마치 도인과 같은 말이 되돌아왔습니다.
자리는 의복과 같아서 올랐을 때는 화려히 빛나지만 내려오면 이내 초라해진다고 합니다.
과거의 자리에서 내려온 이후 펼쳐지는 새로운 삶에 겸손히 순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형님이 결단한 제2의 인생이 더욱 존경스럽습니다.

Copyright © CJB청주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