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그를 찾는 윤석열의 전화벨이 울리고 [편집국장의 편지]

변진경 편집국장 2025. 5. 2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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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통화 내역을 한번 살펴봤다.

2024년 12월3일 밤 11시22분, 계엄군 헬기가 국회 착륙하기 약 30분 전이자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 국회 관계자, 기자, 시민들이 뒤엉켰던 그 순간 윤석열의 전화를 받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석열로부터 무슨 말을 들었나? 하루 다섯 차례 걸려온윤석열의 전화를 받은 날 방송에서 정체불명의 '카더라'를 떠든 극우 유튜버의 발언 속에는 진실과 거짓이 얼마만큼 섞여 있을까? 윤석열이 검찰 인사 시기나 김건희 수사 사건 검찰 처분 시점마다 꼬박꼬박 하루 최대 6차례 전화한 상대가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라면, 그 통화에서 오간 내용은 단순 안부나 정담이었을까, 지시와 명령, 재촉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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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2024년 7월18일 당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의 통화 내역을 한번 살펴봤다. 가족 외 꾸준히, 하루 2회 이상, 혹은 어느 한 날이라도 서너 차례 이상 전화를 걸거나 받은 사람을 추려봤다.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요새는 웬만한 용건은 다 ‘문자메시지’로 전한다. SMS, 카톡, 텔레그램, 라인 등 종류도 얼마나 많나. 메시지 말고 통화로 용건을 해결한 경우를 떠올려보니 대개, ‘급할 때’였다. 마음이 조급할 땐 스마트폰 입력창에 글자를 치는 손가락의 속도가 답답해 냅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만다.

하루 두 번, 세 번 같은 사람에게 전화하는 경우는? 최근 나의 통화 기록상으로는 이제 막 수습 딱지를 뗀 〈시사IN〉 신입 기자들이 많았다. (나의 입장에서) ‘꾸짖을 게 많은’ 사람들이다. “그거 했어, 안 했어?” “이거 왜 이렇게 된 거야?” 주로 재촉하고 추궁하거나, 지시를 내리고 성화를 부릴 때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전화의 발신과 수신은 대개 권력의 방향을 나타낸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할 수 있는 권력, 전화를 걸면 상대가 꼭 받아야 하는 권력은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행사한다.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얼마나, 어떤 간격으로, 어떤 맥락에서 전화 걸었는지를 알면, 권력의 모양과 함께 그것이 만들어낸 결과도 함께 유추해낼 수 있다.

윤석열의 통화 내역을 본다. 〈시사IN〉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윤석열의 통화 기록 전체를 입수했다. 지난해 3~12월 윤석열 개인 명의 휴대전화와 대통령경호처 명의 비화폰 통화 내역 두 종류다. 통화 상대와 수발신 방향, 통화 시점, 통화 시간, 횟수, 그 당시 일어난 사건들을 교차 분석한 결과 윤석열이 지닌 권력의 성질과 그것이 만들어낸 현실의 윤곽선이 그려졌다.

윤곽선 안에서 질문은 한층 구체화된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이 가능해졌다. 2024년 12월3일 밤 11시22분, 계엄군 헬기가 국회 착륙하기 약 30분 전이자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 국회 관계자, 기자, 시민들이 뒤엉켰던 그 순간 윤석열의 전화를 받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석열로부터 무슨 말을 들었나? 하루 다섯 차례 걸려온윤석열의 전화를 받은 날 방송에서 정체불명의 ‘카더라’를 떠든 극우 유튜버의 발언 속에는 진실과 거짓이 얼마만큼 섞여 있을까? 윤석열이 검찰 인사 시기나 김건희 수사 사건 검찰 처분 시점마다 꼬박꼬박 하루 최대 6차례 전화한 상대가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라면, 그 통화에서 오간 내용은 단순 안부나 정담이었을까, 지시와 명령, 재촉이었을까.

아직은 윤곽선 안에 채워지지 않은 진실이다. 하지만 결국은 밝혀지리라 믿는다. 〈시사IN〉도 계속 부지런히 찾아나가겠다.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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