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보다 당권? 국민의힘 이중 전선

문상현 기자 2025. 5. 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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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대선을 치르면서 동시에 다른 싸움도 함께 하고 있다. 내부 권력구조 재편, 즉 당권 경쟁이다. 전례 없는 국민의힘 후보 교체 사태로 본격적인 당권 경쟁의 막이 올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월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한국 정당 역사를 통틀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선후보를 강제로 밀어낸 전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 누구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일을 보수를 대변해온 국민의힘이 시도했다. 하루 만에 ‘없던 일’로 돌렸지만 당 내부엔 선명한 균열이 남았다. 이번 후보 교체 시도를 통해 국민의힘은 대선과 정당 내부 권력구조 재편이라는 이중 전선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는 선거 판세를 바꾸는 카드로 통했다. 극적으로 성사된 단일화가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된 사례도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석열계로 불려온 주류 의원들은 ‘이기는 대선’을 위해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약속했기 때문에 당내 지지를 받았고, 이를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됐으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현실은 달랐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는 시너지가 크지도 않고 파괴력도 없었다. 한덕수 전 총리가 5월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부터 국민의힘이 5월10일 후보 교체 시도를 하기 직전까지 여러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가 단일화 후보로 나설 경우 지지율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지지 기반도 중첩됐다. 두 후보 모두 연령별로는 60~70대에서,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지지 정당과 이념 성향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과 보수 성향으로 비슷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진된 ‘강제 후보 교체’는 원칙도, 정당성도, 근거도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도부와 주류 의원들이 후보 교체를 밀어붙인 배경은 대선보다는 그 이후, 즉 ‘차기 당권’에 있다. 통상 대선 이후 대부분 정당은 결과와 관계없이 지도부 교체에 돌입한다. 윤석열 파면으로 대선을 치른 국민의힘에서 다음 당권은 특히 중요하다. 2026년 6월에 치러지는 ‘제9회 지방선거(지선)’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당권을 쥐는 쪽은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등 총 243개 자리에 대한 공천권을 가진다. 각 지역에서 예산과 조직, 인허가 등 각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자체장에 대한 공천과 당선은, 이를 주도한 당내 계파의 막강한 권력이 된다. 지선은 다음 총선(2028년)을 위한 뿌리 조직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선 후보 교체 건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있다. ⓒ시사IN 박미소

통상 대선후보가 차기 당권을 쥐는 경우가 많다. 한덕수 전 총리는 50년 동안 공직에만 있었기 때문에 정당 내 세력 기반이 없다. 한 전 총리가 최종 후보만 된다면,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그를 추대한 지금의 당 지도부와 주류 의원들이 영향력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게 된다.

김문수 후보는 당 지도부와 주류 의원들에게 신뢰받지 못했다. 정치 경력은 길지만 긴 시간 ‘아스팔트 우파’로 활동해왔고 ‘전향한 운동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김 후보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었다는 게 국민의힘 주류 의원 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다른 경쟁자들보다 한덕수 전 총리와 단일화에 적극적이어서였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주류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김문수 후보가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된 당일(5월3일) 밤부터 “약속을 지키라”며 단일화를 압박하고 초유의 후보 교체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가 단일화에 소극적으로 태도를 바꾸고, 한덕수 전 총리 추대 계획이 틀어지면서 당내 분화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내부 권력구조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주도권은 아직 당 지도부와 주류 의원들에게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퇴했지만 그와 함께 후보 교체를 주도하고 김문수 후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유임됐다. 권 원내대표가 직을 유지하게 되면서 대선 이후 전당대회를 개최하거나 비대위 체제를 이어가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권 원내대표는 김문수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등록한 이후 구성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맡았다.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김 후보는 길을 비키시라”고 공개 비판했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 역시 공약개발단장으로 선대위에 합류했다. 그 밖에 친윤계로 불려온 주류 의원들 역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

주도권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김문수 후보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의원은 “단일화에 소극적이었던 김문수 후보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불만이 있는 의원들이 아직도 많다. 단일화 갈등이 빚어졌을 당시 김 후보가 끝까지 버틸 경우 선거운동을 보이콧하겠다고 언급한 의원들도 있다. 지역 기반을 가진 의원들 없이 대선을 치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으니 김문수 후보가 동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유임도 같은 선상에 있다. 김문수 후보 측 관계자는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곧바로 재선출을 해야 하는데, 후보 확정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만큼 여러 계파에서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원내대표 선거만 일주일 이상 걸리는데, 그렇게 되면 대선은 포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대선 이후에도 주류 의원들의 영향력이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의원들만 모이는 의원총회에서는 주류 의원들이 이길 수 있지만, 전체 당심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후보 교체 사태 과정에서 확인됐다. 앞서 단일화 압박과 후보 교체는 주류 의원들 주도의 의원총회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5월10일 후보 교체 직후 전체 당원 대상으로 진행된 ARS 투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한덕수 후보로 단일화에 찬성하십니까’로 시작해 김문수 후보 이름은 언급도 되지 않은 문항으로 시작된 투표였지만 결과는 반대가 과반으로, 부결이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주류 의원들이 한덕수 전 총리 추대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이 투표 결과였다.

국민의힘이 추진한 후보 교체가 백지화 되면서 김문수 후보가 대선 후보 자격을 회복한 가운데 5월11일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무실에서 회동에 앞서 포옹하고 있다. ⓒ공동취재

주류 의원들의 분화도 시작됐다. 단일화 찬성 입장이었던 김기현·나경원·윤상현 등은 지도부와 김문수 후보 측 갈등이 깊어지자 “김문수 후보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라며 당 지도부와 다른 주류 의원들 의사에 반기를 들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차기 당권 경쟁 주자로 꼽힌다. 단일화 압박과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비판이 당 내부에서도 커지자 지도부와 거리를 두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일찌감치 지도부 및 주류 의원들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은 이번 후보 교체 사태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최종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당 선대위 합류를 수락하지 않고 ‘당원 가입 운동’을 추진하며 이미 차기 당권 채비에 나선 상황이었다. 경선 당원 투표에서 득표율 38.75%를 기록한 한 전 대표 측이 공개적으로 지도부와 주류 의원들을 비판하면서 ‘한덕수 추대 ARS 투표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주류 의원들은 한 전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을 향해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친한계가 선거는 돕지 않고 대선 이후 당권 장악을 목표로 후보 교체 사태 ‘여론전’만 펼쳤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대선과 함께 물밑에서 내부 권력 경쟁에 돌입했다. 대선 결과에 따라 경쟁은 내전 이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윤석열 파면으로 당내) 리더가 사라지면서 정해진 수순 아니겠나. 대선 기간 하루하루가 각자(당권 경쟁을 하는 쪽)의 명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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