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당신의 대통령] "기업하기 좋은 나라? 노동하기 좋은 나라도 함께 가야"
[편집자주] 2025년 대통령 선거의 막이 올랐다. 역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에서 비롯된 '예상치 못한' 선거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비극과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선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까. '머니S'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 작은 목소리를 모아 위기의 대한민국을 기회의 대한민국으로 전환할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을 그려본다.


이후로도 노동자들의 죽음은 반복됐다.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19세 청년이 숨졌다. 2년 전 강남역에서도 판박이 사고가 있었다. 지난 19일,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SPC그룹 계열사에서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한 것은 2022년 10월과 2023년 8월에 이어 세번째다.
효율성만 강조하는 노동 구조, 그 안에서 '죽음의 패턴'은 반복됐다. 떨어지거나, 끼이거나, 치이는 정형화된 노동자의 사고는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김 노무사는 "모두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은 늘 노동자의 실수를 탓한다. 하지만 실수해도 죽지 않게 하는 것, 그게 기업과 정부가 할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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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노동자가 죽는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며 "형량은 높게 규정돼 있지만 대다수 사건은 무죄이거나 벌금형으로 끝난다"고 덧붙였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1월 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3년 동안 경영책임자의 유죄가 확정된 사례는 15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1건(집행유예 14건)에 그쳤다.
반복되는 노동 문제의 또 다른 이유로는 '교섭력 부재'를 꼽았다. 산업재해나 임금체불 등의 근저에는 노동자가 사용자와 협상할 수 없는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노동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국가가 최저임금이나 근로 시간 등 기본 기준을 설정하는 '개별 노동관계'와 노사 스스로 조건을 협의하는 '집단 노동관계'가 그것인데 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헌법 제32조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최저 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기준만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집단 교섭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는 "헌법 33조는 노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자율적으로 노동조건을 정하도록 보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집단 노사관계가 취약하다. 노동조합을 만들기도 어렵고 만들어도 사용자가 교섭에 응하지 않거나 오히려 손해배상 청구, 업무방해 고소 등으로 조합을 압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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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많은 정치인이 노동자 보호 정책을 여전히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권이나 경영계는 노동 정책을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 아닌 기업을 옥죄는 법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노동 3권을 분명히 보장하고 있고 이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다"라고 주장했다.
김 노무사는 이러한 인식의 한계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분절 사회'로 진단한다. 그는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하나의 마디가 다른 마디와 연결되지 않도록(분업) 노동 구조가 설계됐다. 그 속에서 타인의 노동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는, 무관심을 부추기는 구조가 정착됐다. 타인의 노동을 인식할 기회는 줄어들고 노동자의 고통은 일상에 더 은밀하게 스며든다. 결국 노동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노동 문제는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짚었다. 한국의 임금근로자는 약 22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5%에 달한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회인 만큼 누군가의 노동이 없으면 나의 생활도 온전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누군가의 노동에 의존해 살아간다. 내가 타는 지하철, 내가 쓰는 전기, 내가 먹는 음식에도 누군가의 노동이 깃들어 있고 때때로 그 노동에는 죽음이 스며 있다"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건 노동하기 좋은 나라다. 헌법은 국민 모두의 생존권을 선언했지만 현실에서 생존의 조건은 여전히 자본이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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