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산 산불 한달] ② 지자체, 산불 대응체계 전환 …"도심산불 대비"
산불 대응 조직 개편·대피 3단계 도입… 도심형 재난 맞춤형 대책 마련
'재난안전실 산불 대응 총괄' 조직 개편…재난안전기동팀 신설
[※ 편집자 주 = 대구 북구 도심 근처에서 발생해 주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함지산 산불'이 난 지 1개월이 지났습니다. '도심형 산불'이라는 새로운 재난 유형을 만들어낸 이번 산불은 기존 산불과는 다른 차원의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남겼습니다. 연합뉴스는 산불 피해 현장과 복구 과정, 도심형 산불에 대비한 당국의 대책을 다룬 기사 2건을 송고합니다.]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지금까지 이렇게 도심을 위협한 산불은 없었습니다. 새로운 대응 대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발생한 함지산 산불의 위력을 체감한 대구시는 산림 복원과 산불 대응 체계를 도심형 산불에 대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시는 산림 자체를 불에 강한 성질로 복구하고 산불 대응 부서를 일원화하는 등 비슷한 산불이 다시 일어나면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번 함지산 산불은 순간최대풍속 초속 11m 안팎의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며 북구 서변동과 구암동 일대 민가 밀집 지역을 위협했다. 이에 주민 수백명이 학교 시설 등으로 급히 대피했다.
진화된 줄 알았던 불길이 초속 5∼10m의 강풍을 타고 되살아난 뒤 순식간에 번져 1차 대피 뒤 귀가했던 주민 수백명이 다시 피신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번처럼 산불이 쉽게 꺼지지 않고 강풍을 타고 도심을 위협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 대구시는 함지산에 불막이숲(내화수림대)을 조성해 복원할 계획이다.
소나무 등 침엽수림은 불에 잘 탄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함지산 산불로 피해를 본 산림 구역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구역'이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에 따라 이 구역에는 소나무류의 조림이나 육림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불에 잘 타는 침엽수인 소나무는 한그루도 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구역이 아니었더라도 내화수림대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산림 복구를 추진했을 것"이라며 "다만 피해 구역이 모두 사유림이어서 산주들의 동의를 받아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또 함지산 산불 당시 진화장비가 진입하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해 임도를 추가로 건설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임도가 늘어나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작업으로 벌목된 후 쌓아둔 소나무 더미를 반출하기는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나무 더미는 이번 함지산 산불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불의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구 북구 관계자도 "함지산 산불을 계기로 앞으로 소나무 더미는 쌓아두지 않고 산 밖으로 꺼내는 방식을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사유림의 경우 작업로(임도)를 만들려면 산주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정확한 피해 면적을 산출하고, 조림 지역과 자연 복구 지역을 나눠 내년부터 복원을 진행한다.
현재까지 파악된 산불 피해 규모는 150∼180㏊이다.
![함지산 산불 현장서 발견된 불에 탄 나뭇더미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6/yonhap/20250526070050476vlxa.jpg)
대구시는 도심형 산불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난안전실에서 산불 대응을 총괄하도록 조직을 개편했다.
또 산림재난 대응 기능을 담당하는 산림녹지과를 환경수자원국에서 재난안전실로 이관하고 산림관리과로 명칭도 바꿨다.
산불방지대책본부와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운영도 일원화했다.
시는 또 지난 4월 창설된 재난안전기동대의 현장 지휘 등을 위해 재난안전기동팀을 신설해 초기 대응을 강화하도록 했다.
대구시는 주민 대피 체계도 새롭게 설계 중이다.
시는 지난 3월 경북산불 이후 정부가 초고속 산불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한 '주민대피 3단계(준비단계ㆍ실행대기단계ㆍ즉시실행단계)'를 도심형 산불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준비단계는 인접한 곳에 산불이 났을 때, 실행대기단계는 8시간 이내에 화선이 도달할 것으로 예상될 때, 즉시실행단계는 5시간 이내에 화선이 도달할 것으로 예측될 때 발령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는 도심형 산불의 경우 농촌지역과 달리 민가와 중요 시설 등이 많은 곳에서 발생한다는 차이가 있어 세부적인 적용 방식을 마련하고 있다.
대구시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함지산 산불 이후 도심형 산불과 일반적인 산불을 구분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며 "특히 주민 대피가 지금보다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형 산불에 대비한 민가 방어 대책도 강화한다.
시는 산림 인접지에 비상 소화장치 등 진화 장비를 추가 배치하고 주민들에게 사용 방법을 교육할 예정이다.
또 주요 등산로나 산불이 잦은 곳에 블랙박스형 폐쇄회로(CC)TV를 늘려 실화자 검거와 경고 방송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시는 구·군 주민 383명으로 구성된 '산불안전감시단'도 창설했다. 감시단은 산불 예방 계도와 신고, 대피 유도 등의 역할을 한다.
대구시 안전정책과 관계자는 "도심형 산불을 겪으면서 새로운 유형의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에 없던 안전단체나 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창설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도심형 산불에 맞는 새로운 대응 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규태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회장은 "산림과 민가의 거리, 병원 등 공공시설 수, 소방도로나 임도 유무 등을 고려해 산불 위험성을 평가하고 평가 점수가 높은 곳을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며 "특별관리구역 내에서는 건축이나 조경, 산지 전용, 영농 행위 등을 허가해줄 때 조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산림에서 30∼50m 떨어진 곳에 건축물을 짓게 하고 내화벽돌 등 불에 강한 자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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