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95만원' 간병비에 절망하는 영준이 가족… 매번 '빈말' 되는 간병비 지원 공약
간호간병 통합 도입, 정작 중증은 제외
18년째 아들 간병에 빚더미 앉은 부모
"중증환자 가족, 숨 쉴 구멍 만들어지길"

"이젠 희망이 안 보여요."
25일 손영준(36)씨의 아버지 손상현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근황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손씨는 아들 간병 6년 차 였던 2012년 18대 대선 당시, 환자단체 간담회를 찾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부인 김정숙 여사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부인 김미경 여사를 만나 간병비 부담에 대해 호소한 바 있다. 두 후보의 배우자는 깊이 공감하며, 간병비 부담 완화 등을 공약에 포함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3년 동안 영준이네 가족 상황은 조금도 달라진 것 없이, 오히려 간병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2015년 개인이 간병인을 구하지 않아도 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도입됐지만, 영준이처럼 중증 환자들은 이용하기 어렵다. 그사이 2012년에 하루 6만 원이었던 간병비는 매년 1만 원씩 올라 올해는 하루 15만 원이 됐다. 여기에 간병인의 하루 세끼 식비 1만5,000원을 지급해야 해 병원비를 제외한 간병비만으로 올해부터는 한 달에 495만 원씩 들고 있다.

간병비 부담 완화는 이번 대선에도 공약으로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및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요양병원 입원환자 간병비 지원을 공약으로 세웠다.
그러나 환자단체는 각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다시 공약으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간병비 급여화(건강보험 적용)가 이뤄지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중증 질환 환자부터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야 영준이 가족과 같은 가정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 상태를 면밀히 살펴야 하는 중증 질환자들의 경우 간호사들이 간병업무까지 해야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현실적인 미흡함이 있을수 밖에 없다"면서 "전문성있고 자격을 갖춘 간병인을 양성·관리할 수 있는 간병사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또한 "이번 대선에도 간병비 공약이 나온 것은 큰 간병비용, 1인 세대 증가, 초고령화로 누구나 간병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영준이네 가족은 평범한 가정이었다. 손씨는 2007년 2월 교통사고를 당한 영준이가 '친구들이 병문안 올 텐데 맛있는 거 사줘'라고 말하며 발목 골절 수술을 받기 위해 대형병원 수술실로 들어갈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그러나 원래 예정된 교수가 아닌 전공의가 수술하면서 영준이는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생후 100일 수준의 지능을 가진 채 팔다리가 마비됐다.
병원 측은 법적으로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고, 대기업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손씨는 영준이가 의료사고를 당한 뒤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장기 입원을 할 수 없어 2개월마다 병원을 옮겨다녀야 했는데, 그때마다 큰 키의 영준이가 쓸수 있는 환자용 침대가 없어 트럭으로 영준이와 침대를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자영업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최근 경기 악화로 빚은 더욱 무섭게 쌓이고 있다.
영준이 부모의 바람은, 이번 대선에선 환자와 가족들에게 '숨 쉴 구멍'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간병 부담을 오롯이 져야 하는 환자 가족들은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의 굴레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왜 ‘간병파산’ ‘간병자살’ ‘간병살인’ ‘간병지옥’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간병비 부담과 가족 간병의 어려움 속에서도 환자 가족들이 최소한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숨구멍을 터 주실 현실적인 제도와 법률을 마련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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