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와 육아를 단돈 '만 원'에 해결… 화순군 파격 실험에 청년들 '응답'

김진영 2025. 5.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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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극·장] #27 전남 화순군
인구 유출 막고 활력 불어넣는
'만 원의 기적'에 몰리는 청년들
참여 문턱 낮춰 지역 공동화 해소
24시간 운영 '천 원 어린이집'도
소멸 위기 지자체에 새로운 활력
편집자주
지역 소멸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토요일 상영합니다.
지난해 화순군 하니움문화센터에서 만 원 임대주택 입주자 추첨식이 진행되고 있다. 화순군 제공

"월세 1만 원으로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고?"

1만 원으로는 냉면 한 그릇 못 사 먹는 시대에 말도 안 되는 질문이지만 여기에 답을 내놓은 지자체가 있다. 2023년 전국에서 최초로 '만 원 주택'을 선보인 전남 화순군이다.

만 원 주택의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으며 매년 청년과 신혼부부들을 화순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최근 입주자 모집에서도 청년형 만 원 주택 40가구에 458명이 지원해 1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구 유출로 인한 지역 공동화를 막고 신혼부부와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만 원 주택의 성공적 정착에 힘입어 화순군은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두 번째 비장의 카드로 전국의 취업 준비생들을 겨냥한 '만 원 하우스'까지 도입했다.


보증금 대납, 월세 1만 원의 기적

전남 화순군에 있는 '임대료 1만 원 아파트'. 화순=연합뉴스

이달 2일 찾은 화순군 화순읍 만연리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을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한쪽은 고즈넉한 시골 분위기였지만 도로 하나만 건너면 갑자기 젊은이들의 활기가 넘쳐났다. 깔끔하게 정돈된 아파트 단지에서는 평일 낮인데도 젊은 부부들이 유모차를 끌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눴다. 상가 카페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두드리는 청년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소멸 위기에 직면했던 시골 마을의 극적인 변화다. 이곳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모(65)씨는 "불과 5, 6년 전만 해도 사람이 없어 빈집만 즐비하던 구도심"이라고 했다. 그는 "만 원 주택이 시작되자 젊은 청년들이 들어왔고, 청년들이 몰리니 자연스레 주변 상가도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만 원 주택의 핵심은 파격적인 주거 조건이다. 보증금은 화순군이 전액 대납하고, 입주자는 월 1만 원의 임대료만 부담하면 된다. 임대아파트의 공실률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화순군이 비어 있는 집을 가구당 4,800만 원에 전세로 임차해 이같이 말도 안 되는 임대료가 실현됐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임대주택 공실률을 크게 낮췄고, 화순군은 청년·신혼부부를 지역에 정착시킬 수 있게 됐다. 전세보증금은 임대 기간(최장 6년)이 끝나면 환수돼 군 예산도 낭비되지 않는다.

지방 소도시에 청년들이 몰리게 된 비결이다. 현재까지 만 원 주택 입주자들은 광주 등 타지역 이주자가 90명으로 전체의 45% 정도다. 화순군 거주자는 110명으로 55%였다.

화순군 인구는 2022년 600명, 2023년 770명 감소했으나 지난해에는 519명이 줄어 감소 폭이 축소됐다. 반면 출생아 수는 2022년 178명, 2023년 212명, 지난해 255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2023년 대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은 1.06명 상승하고 인구감소율은 0.32%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전남 화순군 만 원 주택 운영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만 원 주택이 성공을 거두자 '화순을 배우겠다'는 전국 지자체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도는 화순군 정책을 벤치마킹해 곡성·장흥·강진·영암군 등에 최장 1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전남형 만 원 주택을 선보였다. 서울과 인천, 경북 경주시, 전북 전주시, 충남 청양군 등도 화순군을 벤치마킹한 만 원 주택을 시행 중이다.

화순군 관계자는 "만 원 주택 운영을 위해 연간 약 3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데, 이는 군 전체 예산을 고려할 때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청년 인구 유입에 대한 화순군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초기에는 전액 군비로 충당하다 지난해부터 지방 소멸 대응 기금을 활용해 예산 부담을 덜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취업 청년 자립 돕는 희망의 공간도

전남 화순군의 '만 원 청년 임대 하우스'. 화순군 제공

직장이 없어 만 원 주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한 화순군의 또 다른 야심작은 '만 원 청년 임대 하우스'다. 미취업 청년들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만 원 하우스는 1층에 공유 공간인 스터디카페가 있고, 2·3층에는 성별이 분리된 주거 공간, 4층에는 돔형의 취·창업 지원 공간으로 구성됐다. 현재 15명의 청년이 이곳에서 취업 및 창업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만 원 하우스 역시 월 1만 원의 임대료를 내면 1년 단위로 거주할 수 있다. 임대료도 그렇지만 입주에 제한이 없다는 점도 파격적이다. 화순군에 거주하지 않는 타지 청년들이라도 취업을 준비 중이라면 누구나 들어가 살 수 있다. 지방 소멸이라는 현실적 위기 속에 "일단 모이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에서 입주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만 원 하우스는 거주민들을 '빨리 내보내는 것'이 목표다. 이 때문에 인근에는 화순군의 청년지원센터 '청춘 들락'이 있다. 화순군이 들락 문을 열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이름만 거창할 뿐 '거기서 거기'인 청년 프로그램들을 쫙 뺐다. 대신 '똥손도 할 수 있는 이모티콘 만들기' '라이브 커머스' '유튜브 시작하기' '드론 자격증반' 같은 MZ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채워 넣었다. 이곳에서 주민들을 위해 무료 영상 편집을 하는 한 강사는 "한마디로 주민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돌봄 걱정 해소한 24시 어린이집

전남 화순군이 2023년 선보인 '화순형 24시 어린이집'. 화순군 제공

만 원 주택을 시작한 2023년 화순군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24시 어린이집'도 도입했다. 군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생후 6개월부터 7세까지 시간당 1,000원으로 한 달 최대 80시간까지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별칭이 '천 원 어린이집'이다. 전문 보육교사들이 상주하며 아이들의 안전과 보육을 책임진다.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화순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청년들의 삶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다양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화순에 주소를 두고 혼인신고를 하면 5년간 총 1,000만 원의 결혼 축하금을 지급한다. 전국 최고 수준이다. 다른 지역에서 화순으로 이사를 오면 6개월 경과 후 세대별로 최대 100만 원의 이사 비용도 지원한다.

물론 아직은 긴 여정의 초입일 뿐 목적지까지는 갈 길이 멀고도 멀다. 다만 화순군은 만 원 주택, 만 원 하우스, 그리고 천 원 어린이집으로 이어지는 '만 원의 기적'이 인구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 놓인 지역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만 원이라는 작은 상징에 담긴 우리의 노력이 청년들에게는 꿈을 키울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고 화순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단순히 인구 늘리는 것을 넘어 청년들이 이곳에서 안정적인 삶을 꾸리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화순=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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