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두른 이종섭 대사 임명…윤석열 범인도피 수사는 지지부진

‘채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 사건 압수수색이 이뤄진 직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 임명을 위한 아그레망 요청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1년째 지지부진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범인도피 혐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 전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설이 나온 것은 2023년 11월말~12월초께다. 당시 국방부와 외교부 안팎에서는 이 전 대사가 주호주 대사로 사실상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한다. 하지만 상대국인 호주에 아그레망(주재국이 타국의 공관장 임명에 동의하는 절차)을 요청하는 절차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 임명 때 이미 한 차례 인사검증을 마쳐 검증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대통령실이 이듬해 4월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여부나 시기를 고심하며 임명 절차가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처럼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재외공관장은 특임공관장으로 불리며 대통령실에서 임명을 주도한다.
이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상병 사건에 대한 첫 강제수사를 개시한 직후다. 공수처는 지난해 1월16일부터 사흘동안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박진희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의 집무실이나 집을 압수수색했다. 국방부 주요 관계자와 해병대 사령관 압수수색 이후 수사가 이 전 장관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전 장관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설’의 진위를 밝히기 위한 징검다리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아그레망 요청을 중단하거나 보류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채 상병 사건 압수수색이 마무리된 다음 날 바로 호주 쪽에 아그레망을 요청했다. 임명권자인 윤 전 대통령이 수사를 피할 의도로 이 전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절차를 서둘렀다면 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아그레망 요청이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이었다면 범인도피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고법부장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남용해 공수처의 수사를 방해했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3월 이 전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을 범인도피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하지만 수사는 1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군법무관 출신 김정민 변호사는 “압수수색은 이 전 장관의 혐의를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이미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내정한 실제 배경과 기존 대사를 이유 없이 내보낸 것 등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채 상병 특검’을 통해 포괄적으로 수사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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