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2012년 '바티칸 리크스'의 배후

최윤필 2025. 5. 2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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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 파올로 가브리엘레
2006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수행하는 집사 파올로 가브리엘레(앞줄). 교황 왼쪽에 앉은 이는 개인 비서인 사제 게오르그 겐스바인이다. AP 연합뉴스

2012년 5월 26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집사 파올로 가브리엘레(Paolo Gabriele, 1966~2020)가 바티칸 비밀문서 절도 및 유출 혐의로 체포됐다. 그해 1월 이탈리아 언론인(Gianluigi Nuzzi)이 폭로한 교황청 성직자들의 비리와 권력 암투 등 이른바 바티칸 리크스(Vatican Leaks)의 출처가 그였다.

2012년 1월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가 폭로된 교황청 추문은 기자가 그해 5월 출간한 ‘교황 성하: 베네딕토 16세의 비밀 문건들’이란 책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교황이 고위 성직자들로부터 받은 개인 서신 등 문건에는 바티칸 설비 공사 등에 연루된 뇌물 독직비리와 바티칸은행의 재정 투명성을 둘러싼 내분(의 정황)이 담겨 있었다. 문건에 담긴 의혹들에 대한 내부 조사와 별도로 정보 유출이라는 치명적인 보안 문제에 대한 조사가 병행되자, 가브리엘레는 고해성사 후 바티칸 수사당국에 자수했다.

2006년 베네딕토 16세 교황 취임 초기부터 집사로 일해 온 가브리엘레는 교황 비서와 한 사무실을 쓰면서 비서가 수발한 각종 문건을 보곤 “교회 곳곳에 만연한 악과 부패”를 알게 됐지만, 정작 교황이 모든 진실을 알지 못하거나 그릇된 보고를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2010년부터 1,000여 건의 중요한 문건을 복사해 이듬해부터 기자에게 은밀히 전달했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아들이 아버지를 사랑하듯 교황을 사랑한다”며 자신의 행동은 “교회의 타락을 막기 위한 성령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법 방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바티칸 컴퓨터 전문가와 함께 그해 10월, 18개월 형을 선고받았고, 약 2개월 뒤 교황에 의해 사면됐다. 교황은 저 일련의 과정에 겹쳐 고위 성직자 성추문 의혹 등에 대해 함구하다 이듬해 2월 이례적으로 자진 퇴위했다.

가브리엘레는 교황청 소유 로마 아동 병원에서 환자 가족을 도우며 여생을 보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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