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한강 변 익어가는 보리를 바라보며…

왕태석 2025. 5. 2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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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변에 자란 청보리가 어느덧 황금빛으로 물들어 강바람에 살랑이며 춤추듯 흔들리자, 그 고요한 풍경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머문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강 변을 거닐다 우연히 보리를 보았다. 길가에 자란 보리는 얼핏 잡초라 여겨 지나칠 수 있지만, 그 보리는 어느새 누렇게 익어 절로 눈길이 갔다. 강바람에 흔들리는 그 곡식은 묵묵히 계절을 견디며 제철을 기다리는 듯했다. 문득 빈자의 삶을 지탱해주던 보리가 지금은 주로 관상용이란 현실이 아이러니했다.

청보리가 봄비를 머금고 한강 변에 고요히 서 있다. 젖은 이삭들은 햇살에 물들며, 바람 따라 찰랑이는 물결은 시간의 결을 쓸어낸다. 청보리가 봄비를 머금고 한강 변에 고요히 서 있다. 젖은 이삭들은 햇살에 물들며, 바람 따라 찰랑이는 물결은 시간의 결을 쓸어낸다.

‘보리’의 이미지를 물으면 대체로 광활한 대지 위에 일렁이는 청보리밭을 떠올린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보릿고개’부터 꼽았을 것이다. 가을에 추수한 쌀이 떨어지고 보리가 익기 전인 오뉴월은 먹을 것이 부족해 가족 모두가 허기를 견뎌야 했다.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라 삶의 고비였던 그 시절, 보릿고개를 넘는 일은 생존을 위한 절박한 인내였다. 지금은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지만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보릿고개를 경험하고 있다. ‘생계의 불안, 사회적 갈등, 불확실한 미래’라는 고통이 우리를 짓누른다. 무한한 정보와 피 말리는 경쟁이 우리를 괴롭혀 삶의 무게가 점점 늘어만 간다.

한강 변에 자란 청보리가 어느덧 황금빛으로 물들어 강바람에 살랑이며 춤추듯 흔들리자, 그 고요한 풍경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머문다.

다가오는 대선에선 ‘2025년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게 우리를 이끌어 줄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어수선한 현실 속에서 희망과 미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제때 여무는 보리가 제맛을 내듯, 모두가 만족해하며 살 수 있어야 행복사회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한강 변에 자란 청보리가 어느덧 황금빛으로 물들어 강바람에 살랑이며 춤추듯 흔들리자, 그 고요한 풍경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머문다.
청보리가 봄비를 머금고 한강 변에 고요히 서 있다. 젖은 이삭들은 햇살에 물들며, 바람 따라 찰랑이는 물결은 시간의 결을 쓸어낸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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