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꿀벌… 범인은 러-우 전쟁?
전쟁 탓 재배작물 줄면 생존 불리… 미세플라스틱-항생제 등도 원인
작물 75%가 꿀벌 활동에 의존… 식량안보 차원서 보호조치 시급

국제 비영리단체 ‘비:와일드(Bee:wild)’ 연구팀은 5월 20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꿀벌의 날을 맞아 ‘전 세계 수분 매개자 보전의 신흥 위협과 기회’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꿀벌처럼 식물의 수분을 돕는 수분 매개자를 향후 약 10년간 위협할 새로운 요인 12개와 함께 꿀벌 감소를 막을 방안 12개가 제안됐다.
꿀벌은 꽃의 꿀을 모으면서 몸에 꽃가루를 묻히고 다른 꽃으로 옮겨 식물의 생식 방법인 수분을 돕는다. 꿀벌 외에도 나비와 나방, 일부 새와 박쥐가 수분 매개 역할을 한다.
가장 핵심적인 수분 매개자인 꿀벌이 갑자기 집단으로 사라지는 꿀벌 ‘군집 붕괴 현상(CCD)’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됐다. 2010년대에 전 세계 꿀벌 30∼40%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2022년 9∼11월 국내에서 사라지거나 폐사한 꿀벌은 78억 마리에 달해 국내에서도 꿀벌 실종 사례가 주목받았다.
꽃을 피우는 식물 90%와 세계 주요 작물의 4분의 3 이상이 수분 매개자에 의존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 생산과 생태계 균형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꿀벌의 꿀 수급처인 밀원 감소와 기후변화, 꿀벌응애 같은 기생충, 살충제 등이 꿀벌 실종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 10명이 작성한 비:와일드의 보고서는 기존 원인에 더해 수분 매개자를 위협하는 새로운 원인으로 전쟁을 지목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분쟁 상태에 있는 국가는 보통 작물의 종류를 줄여서 재배하기 때문에 수분 매개자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인공조명은 나방이나 박쥐 등 야행성 수분 매개자의 꿀 채집 활동을 62%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집에서 흔히 검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꿀벌의 수명과 건강 상태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연에 유출된 항생제 오염은 꿀벌을 포함한 수분 매개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꿀 채집 활동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대형 산불은 수분 매개자의 서식지를 파괴한다. 서식지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오존과 질소산화물 등 대기 오염 물질로 곤충의 생존과 번식이 어려워진다. 리튬과 코발트 등 금속 채굴로 발생하는 토양과 수질 오염도 수분 매개자를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보고서에는 수분 매개자 감소를 막는 방안도 제시됐다. 연구팀은 항생제 오염을 규제하는 법안 제정,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전기 자동차 확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태양광 발전소에 꽃식물을 많이 심어 꿀벌 친화적인 서식지로 조성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꿀벌 기생충을 억제하기 위한 유전자 치료법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꿀벌 탐지 기술 등도 나왔다.
비:와일드의 과학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아 보고서 작성을 이끈 사이먼 포츠 영국 레딩대 교수는 “새로운 위협을 조기에 식별하고 수분 매개자를 보호할 방법을 찾는 것이 예방의 핵심”이라며 “꿀벌은 인류의 식량 체계, 기후 탄력성, 경제 안보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꿀벌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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