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죽지 않는다, 드론이 있으니까

강지은 기자 2025. 5. 26.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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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시니어 아미’ 첫 드론 훈련

“적(敵) 포착, 좌(左)로 하강!”

지난 24일 오후 6시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모의 시가전 훈련장에 1.7m 크기의 드론 4대가 떠올랐다. 이곳으로부터 30여 m 떨어진 공터에서 ‘드론 포스(drone force·부대)’ 황순용(71) 단장의 지시에 맞춰 단원 심장섭(71)씨가 8m 높이에 떠 있던 드론을 5m 높이까지 급강하시켰다. 훈련이라 실제로 폭발물이 부착되진 않았지만, 전시 상황에서 자폭 드론이 적을 포착해 사살하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심씨는 “실제 전투였다면 잠복해 있던 병사가 드론에 의해 순식간에 사살됐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훈련장에서 '시니어 아미' 소속 대원들이 드론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시가지전투 훈련장엔 전투복과 방탄모를 착용한 노병(老兵) 15명이 M4A1 카빈 소총을 들고 경계 상태로 오가고 있었다. 머리 위에 드론이 떠오르자 깜짝 놀란 한 ‘시니어 일일병사’가 전우들에게 “엄폐(掩蔽)해!”라고 소리쳤다. 전장을 누비던 임성섭(62)씨는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디 숨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죽었겠구나 싶어 가슴을 쓸었다”고 했다.

국방부 사단법인 ‘시니어 아미(senior army)’는 이날 첫 드론 전투 훈련을 실시했다. 시니어 아미는 인구 감소로 인한 병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6월 설립됐다. “저출산·고령화로 향후 병력 자원이 부족해진다면 우리라도 발 벗고 전쟁에 나서겠다”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뭉쳤다. 지난해 6월에는 단체 내에 ‘드론 포스’를 조직했다. 시니어 아미 관계자는 “현대전(戰)에서 드론이 정찰·자폭·물류 수송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무기로 떠오르면서 ‘과학적 전투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했다.

이날 본지가 만난 드론 포스 단원들은 “늙은이의 신체적 한계를 드론으로 극복하고 싶다”고 했다. 드론 포스 단원은 현재 50명이다. 최연소가 59세, 최고령이 71세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조연교(63)씨는 “노인들은 전투 역량이나 첨단 장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시니어 병사’들을 군사 현장에 투입할 방법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지속되고 있다. 국회사무처 정책연구 용역으로 지난 2월 제출된 ‘전역자 재입대를 통한 군 경계병 도입에 관한 연구’는 “군 복무 경험이 있는 5060세대에 경계병 역할을 맡기면 병력 부족 문제를 단기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윤승모 시니어 아미 대표는 “노병이 실제 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느냐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러나 이날 드론을 다루는 모습을 보니 노인들도 현대 전투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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