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까지 빼닮은 임윤찬의 절친 ’19세 작곡가'
임윤찬도 국내외에서 그의 곡 연주

1m 87의 훤칠한 키에 챙 없이 머리에 꼭 맞게 쓰는 비니(beanie) 모자까지. 작곡가 이하느리(19)는 흡사 농구 선수나 힙합 가수 같은 차림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지난 3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21)이 이하느리의 피아노 독주곡을 연주한 뒤 객석에 있던 그를 일으켜 세웠을 때에도 실은 같은 차림이었다.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이하느리는 “지난해 우연히 쓰고 난 뒤 습관이 됐다. 비니 모자만 10여 개 있다”며 웃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학년생인 그는 현재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예 작곡가다. 지난해 헝가리 버르토크 국제 작곡 콩쿠르에서 18세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 이어 영국 런던의 위그모어홀에서도 그의 곡을 연주했다. 이하느리는 “예원학교(중학교) 1학년 때 2년 선배인 윤찬이 형을 처음 만났다. 저는 현대음악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고 윤찬이 형은 고전적인 피아노 세계(pianism)를 동경하지만, 음악 이야기를 하면 잘 통한다”고 했다.
서울서 태어난 이하느리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다. 그는 “아홉 살 때 우연히 러시아 작곡가 스크랴빈(1872~1915)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들었는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오선지에 바이올린 독주곡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10세 때인 2016년부터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작곡 공부를 시작했다. 지휘나 연주를 전공하는 우회로 대신에 곧바로 작곡으로 직진한 셈이다.
중학교 때부터 오스트리아 작곡가 베아트 푸러(71)와 진은숙(64)의 작품에 빠져들었다. 요즘 듣고 있는 작품들을 묻자 체코와 슬로베니아, 일본의 현대음악 작곡가 이름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이하느리는 “슈만 같은 작곡가들도 좋아하지만 살아 있는 작곡가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탐구하는 데서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임윤찬이 그를 ‘이 시대 가장 뛰어난 작곡가 중 한 명’이라고 격찬했다는 말이 실감 났다.
이하느리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건 임윤찬만이 아니다. 다음 달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지휘 최수열)의 위촉으로 그의 첫 국악 관현악 작품을 초연할 예정이다. 이하느리는 “지금까지는 16분 정도의 피아노곡이 가장 긴 곡이었는데 이번에는 40여 분에 이른다. 다양한 국악기의 음량이나 음향에 대해서도 공부할 기회가 된다”고 했다. 오는 7월 3일 예술의전당 현대음악 시리즈인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에서도 그의 또 다른 신작을 세계 초연할 예정이다.
그가 작곡하거나 제목을 붙이는 방식도 독특하다. 이미 완성한 작품이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주저 없이 폐기한다. 반대로 평소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단어들이 있으면 휴대전화나 메모지에 적어 두었다가 제목으로 활용한다. 피아노 독주곡인 ‘라운드 앤 벨베티 스무스 블렌드(Round and velvety-smooth blend)’는 우연히 발견한 주류에 붙어 있던 문구에서 착안했다. 언뜻 괴짜처럼 보이지만 실은 작곡에 대한 뚜렷한 주관과도 연관 있다. 그는 “작품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소리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 머릿속에 있던 궁극적인 음향의 세계를 악기로 발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완벽주의적 성향이나 소리 자체에 대한 집요한 탐구라는 점에서도 임윤찬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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