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카데미 애니 부문 후보… 한국의 스토리로 일본이 만들었다

백수진 기자 2025. 5. 2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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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원작 ‘알사탕’ 28일 개봉
애니 만든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
마법의 알사탕을 먹은 동동이(왼쪽)는 오랜 시간 함께한 반려견 구슬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찰흙의 질감을 살려 원작의 아날로그 감성을 고스란히 옮겨냈다. /롯데컬처웍스

혼자 노는 게 익숙한 동동이가 어느 날 문방구에서 알사탕 한 봉지를 산다. 사탕 한 알을 입안에서 굴리자 마법이 일어난다. 동물과 식물, 집 안의 사물까지 동동이에게 말을 걸어온다!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와시오 다카시(60) 프로듀서는 백희나 작가의 동화 ‘알사탕’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클레이(찰흙)로 인물을 빚어낸 독창적인 기법과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성장하는 뭉클한 스토리에 매료됐다. 23일 서울에서 만난 와시오 프로듀서는 “단편이라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꼭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었다. 영화제 출품을 명분으로 회사를 설득했다”고 했다.

23일 서울 광진구에서 열린 ‘알사탕’ 시사회에서 와시오 다카시(왼쪽) 프로듀서와 백희나 작가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스토리와 일본의 기술력이 만나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알사탕’은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일본 제작진은 백 작가의 검수를 받아가며 클레이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3D 애니메이션을 완성했다. 한국 개봉(28일)을 앞두고 내한한 와시오 PD는 “백희나 작가는 동동이의 구부정한 자세, 노견 구슬이의 힘없고 축 처진 모습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좋은 작품이 되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면서 꼭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

“원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제작진과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동동이는 잘 웃지 않는 아이다. 하지만 감정의 진폭은 굉장히 크다. 표정 변화보다는 움직임이나 주변 캐릭터와의 관계를 통해 감정을 오롯이 전달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나 문방구 같은 한국적인 풍경이 정겹게 느껴진다.

“제작진과 서울의 여러 동네를 돌아다녔다. 한국엔 언덕이 굉장히 많구나 싶었고, 까치가 많이 보였다. 찾아보니 까치가 한국을 대표하는 새라기에 첫 장면부터 까치를 등장시키고, 언덕 위에서 내려가며 도시가 펼쳐지는 연출로 시작했다.”

-반찬으로 콩자반, 콩나물무침까지 등장해 놀랐다. 사전 취재를 많이 한 것 같다.

“한국의 아이들과 인터뷰를 많이 했다. 집에도 방문해 방 분위기나 어떤 책을 보는지, 어떤 물건을 쓰는지 면밀하게 조사했다. 그중 한 아이는 내가 프로듀서인 ‘엉덩이 탐정’ 그림책을 보더라. 한국과 일본 아이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같은 걸 보고 즐거워하고 있구나 깨달았다.”

-작품의 정서를 이해하려고 한국어 공부까지 했다고 들었다.

“실력은 아직 부족하다. 아직 일본어로 번역되지 않은 백희나 작가의 동화를 교재로 삼았다. 필사도 해보고 사전을 찾아가며 공부했다.”

영화 '알사탕' /롯데컬처웍스

와시오 PD는 ‘드래곤볼’ ‘슬램덩크’ 등 수많은 글로벌 히트작을 만들어 온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대표 프로듀서. 그가 기획한 ‘프리큐어’ 시리즈는 20년 넘게 이어진 장수 프랜차이즈로, 2020년 기준 상품 누적 매출만 7200억엔(약 6조4800억원)을 기록했다. 요즘은 네이버 웹툰 ‘고수’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등 한국과 협업해 글로벌 히트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엔터테인먼트에 굉장히 강한 나라지만, 애니메이션을 자체 개발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힘을 빌린다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2023년 기준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3조엔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20~30년 전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던 아이들이 자라면서, 애니메이션에 거부감이 없는 어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른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늘면서 시장이 커졌다. 반대로 20~30년 후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아이들을 위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당신의 애니메이션을 본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나.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스스로 그 마음을 간직하긴 어려울 수 있으니 우리 작품을 보며 ‘아, 그때 그랬었지’라고 다시 떠올릴 수 있길 바란다.”

☞알사탕

2017년 출간된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소통에 서툰 주인공 동동이가 신비한 알사탕을 통해 누군가의 속마음을 듣게 되는 이야기. 일본 제작사 도에이 애니메이션이 20분 분량의 단편 영화로 제작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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