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영향 없다지만, 결국 ‘사유화’…제주도 ‘公水’관리 원칙 어디로?

제주의 생명수이자 공공자원인 지하수로 먹는샘물을 생산해 자사 항공기에 공급, 국내 판매 중인 한국공항(주)의 지하수 증산 시도가 첫 관문을 통과했다. 공을 넘겨받은 제주도의회가 어떤 결론을 낼 지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특별자치도 통합물관리위원회 지하수관리분과위원회는 22일 오후 2시 제주문학관 3층 세미나실에서 '한국공항 먹는샘물 증량 신청' 심사 결과 증산에 조건부 가결 결정을 내렸다.
이날 회의에서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시도에 부정적 의견을 낸 위원은 없었고, 일부 조건을 부여하자거나 도민사회 우려가 있다고 말하는 정도의 의견이 제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조건으로 내건 내용은 최초 신청량인 월 4500㎥를 월 4400㎥로 줄이고 지하수영향조사서를 보완하라는 것이었다. 사실상 원안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제주도는 "법적 하자가 없고 표선 수역에 충분한 여유량이 확보돼 있어 취수량 증량이 지하수 자원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지하수 영향이 미미하더라도 공공자원인 지하수를 기업 이윤을 위해 증산을 허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공수(公水) 관리 체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 측은 취수허가량을 늘리려는 이유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따른 공급 수요 증가를 내세웠다. 기내 공급 등 그룹사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후 연간 국제선 탑승객 수가 1769만명에서 2969만명으로 늘어나고 저비용항공사(LCC)도 통합, 탑승객이 늘어난다며 수요 증가를 강조했다.

한국공항이 대한항공과 LCC에 공급 중인 물량은 각각 연간 1만8420t, 1556t으로 총 1만9976t이다. 나머지는 그룹사 공급 7631t, 일반판매 833t, 공정수 7560t 등에 쓰인다.
여기서 한국공항은 회사 합병에 따라 연간 1만7720t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루 48.5t을 추가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룹사 공급량이나 일반판매량 조정은 없었다.
지금까지 한국공항이 그룹사와 일반판매를 위해 공급한 물량은 연간 3만6000t 중 20%를 웃도는 8464t이다. 하지만 이번 증산 신청 과정에서 한국공항은 이를 조정하지 않았다.
결국 제주의 생명수이자 공공자원인 지하수를 더 뽑아내 그룹사 공급과 일반판매량은 그대로 유지하되 자사 항공기에 공급하는 먹는샘물은 문제없게 하겠다는 결론이다.
만약 그룹사 공급량과 일반판매량을 줄인다면 하루 23t 이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공항이 하루 48.5톤의 추가 수요가 발생한다고 제시한 물량의 절반 수준을 차지한다.
한진그룹은 이번 지하수 증량과 맞물려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제주도민 사회와 상생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으며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 등 항공기를 제주에 등록해 지난해 기준 211억원의 지방세를 납부했으며 항공사 통합을 계기로 항공기 증편 및 노선 개설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제주에 세금을 더 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테니 지하수 증량에 협조해달라는 것. 그러나 세금은 당연히 내야하는 것이고, 증편과 노선 개설 역시 기업의 이윤추구와 맞닿은 부분이다.
한국공항 측은 이번 지하수관리분과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취수허가량 월 3000t에서 4500t으로 변경해도 지하수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회의 이후 '한국공항 증량 신청 결과' 보도자료를 낸 제주도는 이 논리를 그대로 자료에 포함했다. 공수관리 체계 훼손에 대한 문제는 일언반구 없이 영향이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처럼 제주도와 한국공항의 입장이 공교롭게 비슷한 가운데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제주도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 시도는 2011년, 2012년, 2013년, 2016년, 2017년에 이어 올해가 6번째다. 지금까지는 공수관리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도민사회의 우려에 번번히 좌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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