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이재명이 쏘아올린 ‘호텔경제론’ 논란
6·3대선이 일주일 남짓 남았습니다. 조기 대선 특성상 말 한마디가 판세를 흔들 수 있어 후보 간 공방이 치열한데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호텔경제론’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무한 동력’ ‘노쇼경제론’이라며 집중 공세를 퍼부었고요. 민주당은 시비 정치의 전형이라고 맞받았습니다.

2017년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지역화폐 효용 가치를 설명하며 내놓았던 호텔경제론은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경제 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호텔경제론을 재소환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예시를 들었는데요.
‘한 여행객이 마을 호텔에 10만 원의 예약금 지불 →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 지불 → 가구점 주인은 치킨 구매 →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 구매 →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채무 상환 → 이후 여행객이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10만 원을 환불받은 뒤 떠나는 상황’을 가정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 동네에 들어온 돈은 아무것도 없는데 어쨌든 거래가 발생했다. 이게 경제”라고 설명했죠.
지난 18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발언에 대해 “케인스 이론의 승수효과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냐”고 질문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승수효과를 이야기한 게 맞다. 경제 순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 표현한 것”이라고 답하는데요.
여기서 언급한 승수효과란 정부가 재정을 지출하거나 투자가 이뤄졌을 때, 최초 지출이 연쇄적인 소비와 소득 증가를 일으켜 처음 투입된 금액보다 몇 배 더 큰 경제적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승수효과를 극단적으로 설명한 것이 호텔경제론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재명 후보의 호텔 비유는 ‘첫 소비가 또 다른 소비를 유발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쉽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호텔에 지불했던 예약금이 지역 상권을 한 바퀴 돌면, 추후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예약금을 회수하더라도 경기가 활성화된다는 뜻이죠.
결국 이재명 후보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 지역화폐와 같은 정책을 통해 민생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호텔경제론을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지역화폐 10만 원을 지급해 어딘가에 쓰게 하고, 그 돈이 쓰인 가게 주인은 빚을 갚든지 해서 돈을 돌게 하는 게 정부가 불경기에 해야 할 일”이라며 “돈을 쓰려고 해도 돈이 없으면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단순화해 예를 들다 보니 논리의 한계도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론 모델은 참여자 모두가 10만 원을 벌면 10만 원을 쓴다고 가정하는데요. 현실에서는 수입이 생기면 저축하고, 빚을 갚고, 나머지 일부를 소비에 씁니다. 10만 원을 투입해도 갈수록 시중에 유통되는 돈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돈이 도는 것 자체보다 그 결과로 고용 생산 등 실질적 가치를 얼마나 창출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더군다나 호텔 ‘노쇼’에 관한 갑론을박도 뜨겁죠.
호텔경제론은 정당 사이의 말다툼으로 번지는 모양새인데요. 이준석 후보는 “외상 취소로 실제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면, 어떤 지방자치단체장이 법인카드를 들고 가 정육점과 과일가게에 몇천만 원을 결제하고 나중에 취소하면 경제가 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도 “무책임한 먹튀 경제론”이라고 몰아세웠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호텔은 노쇼로 파산해도 된다’는 황당한 발상”이라고 지적했고요. 한동훈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소득 주도 성장으로, 이재명은 노쇼 주도 성장으로 경제를 망치겠다”고 합니다. 함인경 대변인은 “유입된 자본도, 새롭게 창출된 가치도 없이 단순한 돈의 순환만 강조하는 이재명 후보의 경제관은 ‘실체 없는 착시’일 뿐”이라고 논평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0일 경기도 파주 유세에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호텔경제론 비판 공세를 펴는 것에 관해 언급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가 이렇게 나쁘면 소비를 진작해야 한다. 동네에 돈이 돌아야 할 게 아니냐. 이런 것을 승수효과라고 한다”며 “그런데 이런 것을 모르는 바보들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단어 하나 가지고 말꼬리를 잡고 시비 거는 형태의 논쟁이 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하죠. 반박에 재반박을 거듭하며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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