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보다 중요한 건 행위”…성소수자 건강정보, 왜 달라야 하나요?

김다정 2025. 5. 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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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실천이 건강검진 기준…“성소수자도 정확한 정보 받을 권리 있어”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 [사진=김다정 기자]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은 매우 다양합니다.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지를 파악해야 제대로 된 성건강 교육이 가능합니다."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25일 열린 대한성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모두의 성교육: 성소수자의 성교육' 강연을 통해 기존 성교육의 한계와 성소수자 건강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전문의는 "지금까지의 성교육은 이성애 중심, 임신·출산에 치우쳐 있었고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포괄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성소수자들은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의료 현장에서도 자신의 건강 문제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소수자 집단 내에서도 시스젠더(자신이 타고난 성별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여성, MSM(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 등 성적 지향과 실천 방식은 각기 달라 단일한 범주로 묶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소수자라는 하나의 그룹으로 단순화할 수 없으며 개인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전문의는 감염병 예방 측면에서도 이러한 세심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매개 감염(STI) 예방과 검진을 위해서는 누가, 누구와 어떤 방식의 성행위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남성 파트너가 없는 레즈비언 여성이라도 HPV(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없지 않으며, 손가락이나 섹스토이 등을 통한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어 자궁경부암 검진과 HPV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트랜스젠더의 경우도 신체 기관 보존 여부에 따라 필요한 검진이 달라진다. 자궁경부가 남아있는 트랜스 남성은 20세 이상이면 자궁경부암 검진, 유방조직이 있는 경우 40세 이후 유방암 검진이 권고된다.

또한 트랜스 여성은 호르몬 치료를 5년 이상 받았다면 유방암 검진, 전립선이 유지됐다면 50세 이후 전립선암 검진이 필요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신체 기관에 따라 검진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는 게 윤 전문의의 말이다.

감염 위험도는 성행위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질 점막은 여러 겹으로 이뤄져 비교적 감염에 강하지만, 항문 점막은 단층 구조로 감염에 더 취약하다. 윤 전문의는 "자위가 아닌 한 어떤 성행위도 100% 안전하지 않다"며 "기본적인 보호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의료 현장에서 환자가 마주하는 언어와 태도는 이들이 상담에 적극적으로 임할지, 아니면 의료 시스템에서 멀어질지를 결정짓는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의료진의 존중과 배려가 건강권 보장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다정 기자 (2426w@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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